강원국제예술제(Gangwon Triennales)첫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결과를 보며 느낀점을 남겨본다. 예술제는 강원작가전, 키즈, 국제작가전으로 개최된다. 다른 트리엔날레와 다른 점은 3년마다 열리는 것이 아니라, 매년 개최하되 3년에 걸쳐 3가지 분야로 전시를 나누어 연속 개최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트리엔날레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강원도 지역 특성과 기존 비엔날와 차별성에 따른 것이다. 트리엔날레를 통해 강원도 전역을 예술 공원화, 관광화 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한지역에서 3년간 3가지(강원작가, 키즈, 국제작가) 전시를 개최하고, 3년간의 행사 종료 이후에는 그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전시를 계속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첫 행사가 홍천군 지역에서 개최되었다. 홍천은 넓은 면적에 읍 소재지를 벗어나면 마을도 드물게 형성되어 있고 군부대도 있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그곳에 예술을 통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삶의 활력을 넣어 보겠다는 자치단체의 의지가 반영되어 결정되었다.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군에서는 지역작가, 주민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데 노력하였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2019년 첫해 시간에 쫓기듯 개최한 '강원국제예술제2019 강원작가展'은 하반기에 개최되었다. 적극적인 홍보와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옛 군부대 탄약정비고를 활용한 'Full Metal Jacket, 자유와 관용의 딜레마'라는 이름으로 전시(2019년 11월 19일(화) ~ 12월 3일(화) / 15일간)를 개최하였다. 짧은 시간에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2만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것은 강원도가 지닌 독특한 남북 분단 상황 하의 아픔과 공포 분위기를 평화라는 이미지로 덮을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탄약창고라는 냉전의 산물이 예술을 통해 평화를 입음으로써 새로운 공간의 바뀌어 버린것이다. 당시 그 부대에서 근무했던 분들이 전국에서 찾아와 작품을 관람하며 자신이 이곳에서 근무했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이 장소의 변화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현장 안내자들은 새로운 이미지 변화에 격세지감이라며 추억을 되살려 주어 감사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두 번째 전시인 '강원키즈트리엔날레2020'는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심어주기 위해 '그린 커넥션 / Green Connection'이라는 주제로 개최(2020년 10월 22일(목) ~ 11월 8일(일) / 18일간)되었다. 키즈 트리엔날레는 어쩌면 모험과 같은 선택이었지만, 가장 멋지게 첫 출발을 마무리하였다. 여기에는 아이들 전문가가 아닌 예술을 통해 아이들과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작가를 선정하였다는 것이 성공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감독 한젬마라는 적극적인 캐릭터는 다양한 작가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었고 온. 오프라인을 통해 즐거움과 예술성을 함께 보여주는 성과를 보였다. 처음 계획단계에서는 성과와 실패의 두려움도 가졌던 기획이지만 첫출발은 진중하게 마무리 되었다.
세 번째 강원국제트리엔날레2021은 '따스한 재생 (Warm Revitalization), 2021. 9. 30(목) ∼ 11. 7(일) (39일간)' 개최 되었다. 홍천의 모든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시가 되었다. 코로나 시기에 완벽하게 적응한 온오프라인의 활용을 통해 국내외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총 39개국 104팀 139인 아티스트, 126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전시를 기획 함으로써 주민들이 객이 아닌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트리엔날레 목적을 적절하게 잘 반영하였다.
이 모든 행사는 탄약정비공장, 와동분교, 홍천미술관, 홍천중앙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 졌다. 장소는 분리되어 있었지만 유기적인 연계를 만들어 내었고 각 장소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켓과 식당도 열고, 지역주민들이 큐레이터로 참여하여 안내와 전시를 설명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이고 주민 친화적 사업이 되었다. 행사 성과결과보고회에서는3년간 4만1,500여명이 축제장을 찾았고,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154억8,000만원이며 향후 3년간 총 파급효과도 22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되었다.
그결과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전국 6개 비엔날레를 대상으로 2021 비엔날레 평가에서 강원국제트리엔날레는 부산 바다미술제와 함께 3등급이다.(이번 평가에서 1등급은 없고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가장 높은 2등급을 받았다) 결국 코로나 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시의 적절한 주제와 성장 지속성을 가졌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비엔날레가 이런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앞으로 발전 방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앞으로도 우리 실정에 맞는 전시와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큰 과제다. 예술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는 힘과 든든한 응원군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강원도에서 처음 구상했던 강원도 전역의 예술 공원화는 구호가 아닌 의미있는 진정한 현실 속의 진행형으로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강원국제예술제의 원조, 즉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2013년, '15년, '17년, '18년으로 이어진 강원 비엔날레다(이름이몇 번 바뀌면서 개최되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한 방편으로 사전에 2년마다 한 번씩 비엔날레를 개최해 왔다. 그것을 올림픽 개최 후에도 계속 존치냐 폐지냐를 논하던 중 타 지역에서 개최되는 기존 비엔날레와 차별화된 강원도만의 특색을 살리지 않으면 존재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전략으로 탄생한 것이 지금의 트리엔날레다.올림픽유산으로 남은 것이다. 앞으로 계속 가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그 방향이 잘못되면 지속될 수 없다. 그런면에서 강원예술제는 차별성과 특성, 지역주민참여 등 여러 면에서 많은 부분을 충족하고 있다. 트리엔날레를 직접 준비하는 강원문화재단 예술제팀의 노고는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자신도 행정의 담당부서장으로서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며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한 사람이었기 더 이해하고 싶다. 인력과 예산, 관심 등 모든 분야에서 열세의 상황을 돌파해야 했으니 몸과 마음 고생은 당연하듯이 생각될 정도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은 성공의 빛을 보여주었다.
그 성공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수 있을까?
1. 3년 연속 다른 트리엔날레 개최와 시군 순회라는 방향 설정
2. 사라져가는 재생공간이라는 장소 선정의 획기적 발상(탄약창고, 폐교, 시장 등)
3. 장소에 맞는 전시주제 선정과 감독 선정의 적정성(키즈)
4. 작가 선정과 운영이 관객 흥미를 이끌어 냄(온오프라인)
5. 홍천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지원
6. 예술제 실무팀의 열정
이것이 바로 성공개최 요인이라고 본다.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있지만 최소한 한계 속에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 현장과 온라인을 최대한 활용하여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앞으로 이어지는 평창군에서3년간 사업도 가장 효과적인 전시기획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