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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Apr 21. 2022

금병산 자락 화가의 공간, 함섭 작가

한지 예술


             

한지가 지닌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한지 작가. 자천타천 국내보다는 외국에 더 알려진 작가라고 이야기한다.  평생 역작들이 가득한 1층 저장고와 창작 열정이 묻어있는 2층 작업실은 창고와 전시공간을 함께한다. 작가의 작업 공간은 삶의 여정을 보여준다. 작품에 삶을 싣고 떠나는 여정 속 정거장이다. 산자락이 품은 공간은 시원하게 시야가 뚫려있다. 춘천시 김유정문학촌이 있는 실내 마을, 금병산 자락 아래 아늑히 자리한 함섭 작가 화실 풍경이다.


80이 넘도록 한지에 매진해온 그의 작품은 초창기 한지 빛과 근래의 한지 빛은 다른 듯 같은 듯 시각을 멈추게 한다. 초창기 작품은 단색화를 보는 듯 한지 색감을 그대로 드러내어 옛 흙집의 벽을 떠올리게도 하고 은은한 자연의 느낌을 드러낸 듯싶다. 소위 단색화 분위를 느끼게 한다. 최근 작품에서는 그 은은함 속에 오방색을 떠올리게 하는 붉고 검은 선들이 들춰져 있다.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함께 드러내 보인다. 그러면서 한지 특유의 향기를 드러나게 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이 없게 한다.      


하얀 백지 위에  물들일 수 있는 색은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을 던지듯 약간 튀는 듯한 색감은 자연을 더 떠올리게 한다. 색감이 드러남은 그동안 감추어 두었던 작품의 디테일한 표면을 다시 보게 만든다. 한지를 구겨놓은 듯한 것에서부터 비비 꼬아 붙인 듯 한 닥나무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면은 한지가 지닌 색과 감정까지 드러낸다. 한 장의 종이로 탄생했던 닥나무가 색색의 종이를 거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회귀 과정을 보여주듯이 다시 짓이겨지고 찢어져지며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한지가 지닌 푸근함을 지녔다. 작품을 보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방색을 통한 강하고 화려한 듯한  느낌조차 중화되어 드러나는 듯하다. 한지가 주는 독특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을듯하지만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위해 평생을 한 길로 가는 작가. 그 마음은 언제나 긴장감과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저 닥종이를 두드리고 비틀며 세월을 이겨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잠시 머문 화실의 풍경, 잠깐 대화 속에 수십 년 공간과 이야기를 생산해 낼 수 있음은 결국 삶 자체가 예술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학창 시절 마라톤을 했었다는 작가의 삶은 한지작가라는 이름으로 더 긴 마라톤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승선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완주라는 이름을 위해 언덕을 넘고 평지를 가로지르는 힘겨운 자신과 싸움 아닌 싸움의 흔적으로 예술가의 삶은 이어질 것이다.     


화실을 오르고 내려오는 좁은 마을길이 조금은 불편하지만 어쩌면 더 운치 있고 더 멋있어 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화첩에 멋지게 사인을 하고 낙관을 찍던 모습에서 지난 세월과 미래의 아름다운 풍경을 떠 올려본다.  



20200512 화실 풍경 촬영



* 2021년 몸이 편찮아서 작업 시간을 줄여하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털고 일어나신 작가의 모습을 보고 싶다.

* 20200512  실내 마을 화실 방문 후 적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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