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적금 깨서 그림 삽니다.
고상한 취미
작품을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번 구매하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의 판단이자 나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매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또 작품 구매를 위한 돈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다. 금액을 설정해 놓고 모으거나 특정 작품을 염두에 두고 적금을 든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싸움이 되기도 한다.
나는 가끔 특정 작품을 모으기 위해 몇 년씩 적금을 들기도 했다. 소위 박봉의 급여에 별도로 적금을 들어 그림을 산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충분하게 주지 못하면서 아내가 원하는 것 하나 사주지 않았으면서 그림을 사도 될까. 내가 그림을 사서 무엇할 것인가. 쓸데없는 고상한 취미 가진 사람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한다.
어떤 때에는 그런 사연 덕분에 어느 작가분께서는 작품가를 훨씬 낮추어 주신적도 있다. 그렇기에 작품이 더 애틋하고 좋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구매한 그림을 오랫동안 즐기지 않을 수 없다. 애정과 애환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품의 구매뿐만이 아니라 작품 구매를 위해 적금을 들거나 하는 그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그 과정 자체가 그림 감상의 즐거움이다. 그림을 매개체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이 하나의 과정이다. 그것 자체도 스스로 즐기는 일이 되었을 때 아쉬움이라는 것이 남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