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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an 27. 2023

그림과 안개 그리고 실체

예술이라는 것

     

안개가 가득하다.

멀리서 보면 실체가 있는듯한데 가까이 다가가면 알 수 없다.

손에 잡히는 사물이 없으니 없다고 한다. 있는데 없는 것 실체라는 것은 그래서 묘하다. 그것은 상상과 이상 같은 존재다. 들으면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보이는 실체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꿈속의 이야기 같이 허공에 머물러 있다.    

 

예술이라는 것이 그렇다.

실체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관찰자의 관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본인이 느끼는 그것 이상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가. 실체가 있는 것 같으면서 없는, 사물은 눈앞에 있는데 그 의미와 정의는 표현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무엇인가 그것 이상의 표현이 어렵다.     


오늘 하나의 그림을 보면서 그 실체를 잡으려 애써본다. 그 실체는 어디 있을까? 생각하지만, 그 실체는 느낌으로만 있을 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예술의 효능이다. 증명할 수 있지만 할 수 없는, 무엇인가 보여줄 것 같지만 보여주지 않는 그 실체는 허상이다.      


그림 속의 산은 산인데 산이 아니다. 내가 아는 산이 맞는데 다르다. 그것을 마음속에 떠오르는 심상心象이라 한다. 있으되 없으니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이다. 이름이 산이라고 되어 있으니 맞다. 그러나 이것이 산이 맞냐고 물었을 때 답은 무엇일까?      


신라시대의 화가로 황룡사 벽에 그린 솔거의 소나무 그림에 새가 내려앉으려 했다는 이야기. 지금으로 보면 극사실주의 화풍을 지녔다고 할 것이다. 그 그림은 소나무인가 아닌가? 유리빌딩에 비친 풍경을 보고 날아드는 새들의 모습. 그 빛은 진실일까. 눈으로 보고 실체를 느끼고, 마음으로 느껴서 안개를 걷어낸다. 느끼는 것, 즐기는 것, 무념무상의 실체를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 의미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예술, 스스로 느끼는 것이 정답이라고 믿는다.



*대문사진:  춘천 어린이국제미술전 풍경,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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