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도심 하늘에 별이 사라졌다. 별 대신 환한 가로등과 건물 불빛이 도심을 채우고 있다. 빛이 없는 외곽으로 나가야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러나 도시를 벗어났다고 별빛이 많이 보이는 것이 아니다. 밝은 빛이 있는 곳에서는 별을 보기 어렵다. 드문드문 드러날 뿐이다. 주변의 모든 불을 끄고 한참을 지나야 별이 보인다. 인공빛에 적응된 눈이 밤하늘에 초점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잠시 눈을 감고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하늘을 보면 파란 하늘에 별이 쏟아진다.
별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공빛에 감춰져 있었다. 밝게 빛나는 빛의 장막에 갇혀 살아왔다. 별이 있는데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가끔은 눈을 감고 별을 볼 준비를 해야겠다. 추억 같은 별빛이 기다려지는 것은 그런 자연이 그립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삶 속에 갑자기 사라진 듯 느껴지는 일들이 많다. 그런가 보다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항상 남아있는 응어리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나 자신이 보지 못하고 있을 뿐 항상 옆에 있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투명막에 갇혀 살아온 탓이다. 아니면 스스로 외면한 삶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인간관계를 생각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주변은 맑기도 하고 흐릿해지기도 한다. 멀리 보는 눈과 가까이 보는 눈은 하나지만 그 감각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어느 때는 하나만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무더위에 지쳐 밤하늘을 바라볼 생각조차 못했다. 가을 깊어가기 전에 불빛 적은 공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별들이 움직이는 흐름만큼 나의 시간도 흘러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