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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Aug 15. 2024

겨울엔 나무 그늘을 반기지 않는다.


올해는 무더위가 더 길어지고 있다.  한낮에는 바람도 없이 뜨거운 태양아래 노출된다. 도시는 빌딩숲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바람이 태양보다 더 무섭다.  나무그늘이 그리운 시기다. 소중한 것은 나에게 다다랐을 때 느껴진다. 한여름에 고마움 가득한 나무 그늘이 겨울에는 찬 서리처럼 불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내일보다 지금이 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과 반대를 일삼기 쉬운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러나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찬성한다. 결국에는 아주 작은 것 하나를 얻고 아주 큰 것을 잃어버리는 과오를 범하는 것이 인간이다.


욕심과 무지가 한몫한다.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피해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 나무를 심고 가꾸었을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한여름을 위해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을 위해 봄날의 산뜻한 새잎을 즐기기 위해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


지금의 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오늘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을 때 나무 그늘로 인해 이곳에 얼음이 얼면 누군가는 불평할 것이다. 그늘이 져서 얼음이 녹지 않아 미끄럽다고 그러고는 나무를 아예 베어버리면 좋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가 나무를 베어버린다면 다음 해 여름날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뜨거운 태양 아래 양산을 펼치고 걸을 것인가.


삶은 어느 하나 단순한 것이 없다. 모두가 상호 연결되어 보완하고 지지한다. 그것이 있기에 때로는 불편하기도 하지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오늘 그늘 밑에 머무는 수많은 생명은 저 나무 하나로 인해 여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매미가 울고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코 겨울에는 반갑지 않을 것 같지만 그 속에는 겨울을 빛내는 또 다른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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