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변화가 빠르다. 그래서 인터넷도 행정기관의 민원도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고 한다. 빨리빨리라는 문화가 생겼다는 것도 좋지만 부정적인 것도 많다. 그중 하나가 사회곳곳에서 내가 무엇이든 새롭게 만들어내야 직성이 풀리고 성과를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 이외에는 다 부정한다. 정권이 바뀌면 먼저 하던 정책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으로 무언가를 한다. 그런데 제목은 다른데 내용을 보면 비슷하게 느껴진다. 전임자가 한 것은 필요 없고 내가 새로 시작한 것이 최고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의 행정도 전임자가 한 일은 내 것이 아니다. 보완발전 시켜 나갈 생각 자체가 없다. 뭐든 내가 있을 때 새로 만든다. 사용자나 받는 입장은 고려되지 않는다. 일단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조직이 그렇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새로운 정책 새로운 시도 첫 번째 등 자기 자랑을 위한 것들의 구호가 난무한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모두 의미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해 고민은 없다.
요즘 조직에서는 자기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그동안 보고 듣고 연구해 온 것들을 지속해서 더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한데 후배들은 전혀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한다고 한다. 그런 문화는 각자의 방에 서 자신의 일만 하다 보니 정보를 교환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조차 없기에 당연하다는 것이다.
또 누군가가 했던 것을 이어서하면 그 성과를 낼 수 없기에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고 한다. 조직만 그런가. 사회의 많은 부분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 조금만 바꾸고 보완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 그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 다시 원점이 되거나 퇴보하는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다 작동이 잘 안 되면 껐다가 다시 켠다. 리셋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때로는 그간 작업했던 자료가 순식간에 사라져 그 노력과 정보를 되찾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적인 손실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쉽게 리셋시켜 하얀 백지위에 자기만의 글을 남기고자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왜 라는 의문을 가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