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듯한 뜰에는 보라색 꽃이 피었다. 봄에 가장 먼저 피어나는 제비꽃이다. 지천에서 피어나는 꽃이지만 정말 예쁘다. 땅에 깔리듯 아주 작은 꽃이지만 무리를 이루어 아름답게 빛난다. 몇포기를 옮기려 삽으로 퍼 올리니 작은 몸짓에 비해 뿌리가 엄청크다. 잔뿌리도 있지만 굵은 뿌리는 중간이 잘리고 말았다. 꽃과 잎의 크기만 보고 아주 작은 식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뿌리의 크기로 보아서는 몇십센치는 더 뻗어 나가면서 자라는 것 같다.
이렇듯 어떤 사물의 전체를 바라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함께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나 대부분은 그 한 부분만 보고 추측하여 판단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체를 보는 과정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수목원에서 어느 나무 한그루를 만나도 평소에 알고 있지 않다면 그 나무가 지닌 현재의 상황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꽃을 보고, 잎을 보고, 줄기를 보고 그 나무를 생각한다. 가장 깊이 들어가 있는 뿌리는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까지 뻗어 나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분만 보고 나무 전체를 아는 듯 생각한다. 나무는 조경수로서의 역할도 할 것이고 향기를 뿜어 아름다운 꽃을 보여주기도 하며, 새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약재로 쓰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우는 지식이 끝이 없는 이유도 이와 같다. 내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 이면에 더 많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배움과 경험에 의해 축적된다. 다분히 좋은 대학을 나오고 머리가 좋다고 얻어질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농사짓는 기술은 농부가 최고다. 벽돌을 쌓을 때는 벽돌공이 최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