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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지니 Jan 31. 2021

워킹맘의 팔찌

브라운 색 니트 원피스. 팔 길이 7부. 지난밤 미리 정해둔 출근복이다. 소매 아래 허연 손목이 보인다. 액세서리 서랍을 열고 한 참을 서 있었다. 골드빛 장미모양 팔찌를 골랐다. 허전한 손목 위로 우아한 장미가 돋보이게 팔찌를 둘렀다. 아이보리 코트를 걸치고 조심조심 방을 나왔다.


또각또각.

철컥. 현관문을 열었다. 킁, 후각이 곤두선다. 아.. 된장찌개 냄새. 앞 집이다. 오늘 아침메뉴인가 보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빨간색 숫자가 나를 데리러 올라온다. 기다리는 동안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내 코로 줄지어 들어온다.


"내려갑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 냄새도 따라 탔다. 보글보글 소리 품은 엄마표 찌개. 도란도란 식구들을 불러 앉힌다. 숟가락 담뿍 찌개를 입 속에 퍼 나른다. 냄새가 전해준 이야기는 따뜻했다.


"1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쌀싸롬한 공기가 훅~.

뱃속 허기가 강하게 몰아친다. 따뜻했던 냄새는 이미 온데간데없다.


출근 직전, 나는 방 보일러 온도를 높였다. 두 남자가 아침을 포근하게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게 오늘 아침 나의 최선이었다.


하지만 복도에 가득 찬 된장찌개의 뜨끈한 냄새. 그게 나를 괴롭혔다. 텅 빈 대리석 식탁. 차가웠다. 달그락달그락 그릇 소리 없는 우리 집 아침.


"조금 더 부지런했어야 했어. 뭐라도 아침 준비를 했어야지!!" 갑자기 자책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오늘은 1박 2일 워크숍이 있다. 짐만 쏙 가지고 나온 내 손이 야속하다. 아침 준비로 손에 물이라도 묻혔다면 덜 부끄러웠을까. 운전대를 잡은 내 손목 위 장미모양이 어지럽게 얽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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