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면 생기는 일

비폭력대화- 부탁할 때는 자신의 마음(느낌, 마음)도 함께 표현하기

by 플로우지니



"네가 마무리해라."

오늘 점심때 일이다. 나와 엄마는 커다란 양푼이 그릇에 비빔밥을 슥슥 비벼 맛있게 나눠 먹다가 '조금 양이 많은데...'싶은 찰나, 오여사가 내게 던진 한 마디였다. 사실 도무지 못 먹을 정도의 양도 아니고 몇 숟가락 더 먹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아니었지만, 갑자기 숟가락을 놓고 싶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오여사의 강요하는 듯한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엄마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늘 같은 방식일 테니, 분명 내가 변한 것일 게다. 나는 오늘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잘난 척'하는 딸이 되었다.

"엄마,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한 숟가락도 더 먹고 싶지가 않아."

"마저 먹으면 음식쓰레기도 안 나오고 좋으니까 그렇지! 싫음 내가 먹음 되지!"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더 배불러서 더 먹기 싫은 상태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본인이 다 정한 듯 말해버리니까 오히려 반감이 생긴다는 소리야. 다 먹을 수 있냐고 먼저 물어보면 달랐을걸?"

"피곤하게 어떻게 다 그런 식으로 말하노~ 지금까지 이렇게 말하고 살았는데!"



결국 남은 비빔밥은 오여사가 처리했다. 늘 그렇듯 남겨진 음식은 오여사의 위로 들어갔다. 그러면 꼭 하는 말. "아, 그걸 먹지 말았어야 했는데. 배가 너무 부르다." 후회를 내뱉는 것 까지가 한 끼 식사의 마지막 코스다. 나는 또 그 소리냐는 한 마디를 목구멍까지 솟구쳐 오르는 걸 꿀꺽 삼켰다.



"나 목욕 갔다 올 동안 여기 정리 좀 해라."

"안 그래도 할 예정이야~ 오늘 창고 정리도 한 곳 해야 하고."

나는 식사를 마치고 요즘 즐겨보는 넷플 드라마 <이제 서른> 한 편만 보고 나서 정리를 할 참이었다. 엄마는 사우나 가방을 손에 들고 TV 앞에 앉은 나에게 다시 와서 말했다.

"내가 갔다 오면 정리가 다 돼 있도록 하라고~ 또 드라마 본다고 주야장천 소파에 앉아있지 말고~!"

나는 한순간 '주야장천 소파에 앉아있는 딸'로 만들어버린 엄마의 말 한마디에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비폭력대화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 아닌가. 천천히 호흡을 들이마셨다. 깊~게. 그리고 길게 내뱉기.



후우................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은 우리 느낌의 자극이 될 수는 있어도, 원인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은 충족되지 않은 자기 욕구의 비극적인 표현이다.'

-마셜-



지난주에 표시해둔 글귀를 떠올리며 나는 현관으로 걸어가는 오여사를 붙잡고 물었다.

"엄마, 혹시 사우나 다녀와서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거야?"

"... 갔다 와서 너랑 동네 한 바퀴 걸을까 했지. 집을 미리 치워놔야 바로 나갈 수 있잖아."

오여사의 마음속 바람은 사우나 후 딸과 산책을 나가는 것이었다. 진작 그런 욕구를 이야기해줬으면 내가 원하는 만큼 TV를 보는 것 대신 엄마와 함께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일찍 정리를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오여사 자신의 마음 표현은 건너뛴 채 나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했으니, 나로서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던 것.



"아~ 엄마가 사우나 다녀와서 바로 나가고 싶었던 거구나! 진작 그렇게 이야기하면 엄마 말이 더 잘 들렸을 거야."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니?"

"당연하지~ 말 안 하면 어떻게 알아? 비폭력대화가 제일 싫어하는 광고 카피가 있다면 아마 그걸껄? 그 뭐더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나는 엄마를 놀리듯 오래전 광고 카피를 흥얼거렸다. 그러자 좀 전의 무거웠던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신발을 신고 나서려는 오여사에게 말했다.

"엄마, 있다가 사우나하고 와서 하고 싶은 거 있나요~?"

"방금 말했잖아~"

"다시 듣고 싶어~ 얘기해봐요~~"

오여사는 잠시 머뭇거렸다. 어이가 없다는 것인지 내가 피곤하다는 의미인지 알쏭달쏭한 눈빛을 내게 쏘았다.

흐흐~ 씨익.

나는 싱긋 웃었다.

"진아~, 엄마가 사우가 갔다 와서 너랑 같이 데이트 나가고 싶어~ 그러니까 미리 집 정리 좀 해 줄 수 있을까?"


엄마는 대본을 읽듯이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역시 미워할 수 없는 내 사랑, 귀여운 오 여사다.

"응 엄마! 지금 TV 끄고 당장 할게!"

현관문이 열렸다 닫혔다. 나는 유튜브에서 '청소할 때 듣는 음악'을 검색하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가뿐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타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 - 캐서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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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오여사. I Adore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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