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시점 Chapter 5
익숙해질 틈도 없이, 삶은 다시 우리를 이동시켰다.
중국에서의 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이곳에서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편의 얼굴에는 점점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고,
말은 하지 않아도 그의 마음이 무너져 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반복되는 업무 갈등, 끝없는 긴장감, 그리고 깊어지는 소진감.
주재원의 마지막 해를 보내던 그는 결국
한국 복귀와 이직 사이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 다시 미국으로 가자.
순간,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어떤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금 그의 지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저 “그래.” 한마디로 대답했다.
묻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그가 기대고 싶어 하는 방식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편은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비자 발급과 미국 이주 준비를 위해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우리는 또 한 번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이별에 익숙해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그 시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아이와 나는 학기를 마치기 위해 중국에 조금 더 머물렀다.
아이에게도 이곳은 이제 추억이 깃든 공간이었고,
친구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싶어 했다.
남편이 떠난 뒤, 집은 이상할 만큼 넓어 보였다.
시간은 느리게 흐르고, 창밖의 거리 소음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서 마음 한편은 차분히 다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또 한 번의 이사, 또 다른 환경, 그리고 새로운 적응의 시간.
무언가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언제나 새로운 전환이 찾아왔다.
그 반복 속에서 나는 점점 무뎌지는 대신,
조금씩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동이 삶의 전제가 된 사람처럼,
우리는 그렇게 또 한 번, 다음 챕터를 향해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