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알려준 것은 실패임을 기억하자.
현재 나는 에듀 테크 스타트업의 신사업 팀에서 일하고 있다. 덕분에 주니어임에도 불구하고 큰 단위의 의사결정을 경험할 수 있었고,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밀도 있게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늘은 약 2년간 5번 이상의 피봇과 클로징을 경험하며 배운 것들을 기록해 보려 한다.
AB 테스트에서는 비즈니스 보호를 위해 실험의 영향으로 인해 떨어져서 안 되는 가드레일 지표를 설정한다. 이와 유사하게, PMF (Product-Market Fit)를 찾아가는 과정에도 가드레일 지표가 필요하다.
처음 신사업을 진행할 때를 떠올려 보면, 목표 매출이나 사용자 수 등 성공을 판단하기 위한 목표 지표를 설정하는 일은 빠지지 않고 진행되었다.
다만, 실패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부재한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단기적인 실험에 그치거나 실험 종료 이후의 방향성이 사라지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한 번에 프로덕트를 성공시키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기에, 목표 매출을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문제를 재정의하거나 고객군을 다시 정의하여 실험을 이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왜 실패했을까?"에 대한 충분한 회고가 필요하다. 실패의 판단을 위한 기준이 존재한다면, 보다 명확한 개선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다. 동시에, 검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무작정 실험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 보완점을 찾아가는 데에 있어서도 힌트가 된다.
ex) LAC는 목표 지표에 가깝지만, (최종 전환까지 이어지는) 실 사용자수가 낮은 경우
→ 활용하고 있는 메시지나 키워드는 유효한 것 같아. 하지만 최종 전환까지는 이어지지 않네.
- 프로덕트의 가치가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않기 때문일까?
- 사용자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있어 우리가 제공하는 기능이 적절하지 않은 것일까?
더욱 오래 사랑받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다면, 실패의 기준도 명확하게 설정해 보자.
초기 프로덕트의 경우, 성공을 위해 여러 가지 액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기 쉽다. 특히 유료 프로덕트의 경우 매출이 성공의 기준인 경우가 많아 더 많은 유저를 모으는 데 집중하게 된다.
명확한 목표나 문제가 부재한 상태로 사용자의 '수'에 집중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어떤 액션이 유효했던 것일까를 판단하기 어렵다.
액션을 진행하기 전,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이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무작정 실행으로 옮기는 경우 PMF를 찾았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여러 피드백이 뒤섞여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것 또한 어려웠다. 결국 프로덕트의 방향성을 잃고, 애매한 제품이 되기 쉽다는 뜻이다.
결국 제품을 통해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이며, 해당 문제를 겪고 있는 고객은 누구인지. 이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지에 대해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덕트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PM 뿐만이 아니다. 함께 동일한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개발자, 디자이너부터 마케터까지. 함께 하는 스쿼드 모두가 프로덕트의 성공을 바란다.
그 속에서 PM의 역할은 PM은 일의 목표를 설득하고, 일을 되게 하는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 모두가 현 상황이나 문제, 목표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고민되는 지점을 함께 논의하고 인사이트를 나누는 것도 좋다. 이는 서로 간의 신뢰를 높이고, 동기 부여를 강화하는 도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PM은 필연적으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마주하게 되는 직무이다. 그럴 때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팀원들을 떠올려 보자. 내가 아닌 팀원들의 모습에서 확신을 얻게 되는 순간들을 종종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글에서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프로덕트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완벽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음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하자. 성공이나 실패는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처음으로 담당했던 프로덕트가 한 차례 피봇을 거치고 결국 클로즈하게 되었을 때, 사용자들에게 서비스 종료 소식을 전하고 폰부스에서 눈물을 삼키던 때를 여전히 기억한다. PM이 포기하지 않아야 프로덕트가 성공할 수 있다는 글을 보며, 잠시나마 지쳐있던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실패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슬퍼하는 시간은 짧아졌다. 대신 왜 안 됐을까? 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동시에 실패를 하나의 결괏값이 아닌 과정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후 실패와 조금씩 친해질 수 있었고, 불확실한 상황에 취약했던 나도 조금씩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어쩌면 결과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2년 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으로, 나는 늘 첫 프로덕트의 실패를 꼽는다.
덕분에 실패와 직면하는 법을 배웠고, 2년 전보다 용감하고 의연해진 스스로의 모습도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셀 수 없이 많은 실패를 마주하겠지만, 그 속의 크고 작은 성공에서 함께 기뻐하며 나아가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