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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Aug 06. 2017

'살인의 추억' 이후, '택시운전사'로 변신한 두 배우

송강호와 김상경, 두 배우가 열연한 518광주민주화운동 속 '택시운전사'

<살인의 추억> 이후
같은 직업으로 역사적인 기록을 연기한 두 배우

2003년 개봉되었던 영화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과 송강호와 김상경, 두 주연배우의 열연이 빛났던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 2007년 685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화려한 휴가>와 2017년 8월 2일 개봉되며 기록적인 관객몰이를 진행하고 있는 <택시운전사> 속에서 두 배우의 열연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송강호와 김상경 두 배우는 하나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연출되었던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역할을 맡아서 연기했다. 그리고 두 배우는 같은 소재지만 각기 다른 시각으로 표현된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 두 영화 속에서 공교롭게도 ‘택시운전사’라는 같은 직업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김지훈 감독이 연출한 <화려한 휴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평온했던 1980년 5월 16일부터 2만 5천여 계엄군의 대대적인 무력진압이 전개된 5월 27일까지의 상황을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극중 주인공 강민우 역으로 출연했던 김상경은 평범한 일상 속 택시운전사가 왜 시민군으로 참여해야 했고, 결국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그 과정을 처연하게 연기했다.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한 광주의 상황과 계엄군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죽임을 당했던 광주 시민들의 처참함은 ‘푸른 눈의 목격자’로 불렸던 독일 제1공연방송(ARD-NDR)의 도쿄지국 특파원이었던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에 의해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려질 수 있었다.



2010년 개봉된 영화 <의형제> 이후 배우 송강호와 장훈 감독이 다시 만나서 완성된 <택시운전사>는 일본 특파원이었던 힌츠페터 기자가 왜 광주에 있었으며, 또 어떻게 광주에서 취재를 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중 김만섭(김사복) 역으로 출연한 송강호는 서울에서 생활하던 평범한 택시운전사가 힌츠페터 기자와 함께 광주로 이동한 이후 느꼈던 여러 감정을 담담하게 연기했다.  



각기 다른 시선과 전개,
결국 상처받은 두 택시운전사

두 영화는 같은 상황과 현장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 의해 그려지고 있는 두 영화는 각 주인공들의 심적 변화 역시 다르게 전개되는 차이점을 지닌다. <화려한 휴가>는 실화 속 인물들을 개명해서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로 누군가의 가족이었을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에 반해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바탕으로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현장에 다가가고, 체류하던 1박 2일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현되었다. 그 때 그 곳의 사람들이 왜 분노해야 했는지에 집중하기보다, 그 때 그 곳에 투입되었던 계엄군의 잔혹했던 만행을 바라보는 제 3자의 심경 변화에 중심을 잡고 극이 전개된다.  

이처럼 두 영화의 차이점은 사건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계엄군과 맞선 시민군의 입장을 표현하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게 그려졌던 <화려한 휴가>와 달리 <택시운전사>는 고조되는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참담한 감정으로 치닫는다. 또한 현장에서 침묵하고 자신들의 현실로 가서 다음을 이어야 하는 두 사람의 인간된 도리와 당위성을 유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발견된다. <화려한 휴가>에는 ‘왜 당시 광주시민들이 항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가 담겨져 있었다. 이와 달리 <택시운전사> 속의 광주시민들은 ‘우리에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한탄만이 가득하다. 두 영화의 기획과 연출 의도가 다르기 때문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배경과 광주시민들의 모습 역시 다르게 표현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 지점의 연출력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면에서 <화려한 휴가>는 강풀의 웹툰 <26년>을 소재로 2012년에 개봉된 영화 <26년>의 분노와 복수심이 공존한다. 그리고 <택시운전사>는 실존 인물인 야구 선수 선동렬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1980년 5월 광주로 내려갔던 주인공의 눈에 비친 상황을 연기했던 임창정 주연의 영화 <스카우트>와 흡사한 감정선을 지니고 있다.



역사의 잘못된 반복이 다시 나타나지 않기를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지는 물론 도덕적, 법률적으로 상반되는 상황에서 분노하게 된다. 영화 <화려한 휴가>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들의 당위성을 보여줬다면, <택시운전사>는 광주 시민이 아니지만 현실을 마주하고 상식과 원칙이 처참하게 뭉개져버린 세상의 시선이 존재한다.  


누군가의 명령에 의해 짓밟혔던 그 때 그 곳에 동행했던 다른 목적 속 두 사람의 우정은 특별했다. 동행 이후 제자리로 돌아간 두 사람은 같은 상처를 지닌 채 세상에 놓여졌다. 그리고 우리는 특별했던 두 사람이 느끼고 살았던 그 때와 이후에 함께 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속 주인공 힌츠페터 기자의 바람처럼 ‘광주의 상처를 극복하고 변화된 대한민국’의 아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겠다.




1995년 현직에서 물러났던 힌츠펜터는 ‘죽음의 공포를 무릅쓴 치열한 기자정신으로 한국인의 양심을 깨워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공로로 2003년 11월 제2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했다. 2005년 광주를 방문했던 힌트페터는 작은 봉투 하나를 518문화재단에 전달했다. 2016년 79세로 세상을 등진 힌츠페터는 생전 “내가 죽으면 광주에 묻어달라.”고 지인들에게 자주 말해 왔다. 518기념재단은 힌츠페터의 사망 이후 그가 전달한 봉투 속에 담겨있던 그의 손톱과 머리카락 등 유품을 같은 해 5월 15일 광주 망월동 518 묘역에 안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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