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oyd 고종석 Aug 28. 2017

가수 조동진, 떠나다. 그의 데뷔와 음악을 기억하며.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상'과 '최우수 팝음반상'을 수상했던 조동진의 작품 [나무가 되어]는 1996년 그의 5집 이후 20년 만에 발표된 신보였다. 그렇게 세상에 다시 나섰던 조동진이 방광암 4기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다.

가족과 주변의 독려와 팬의 열망 속에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투병에 나섰던 그는 '조동진 꿈의 작업 2017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라는 타이틀로 2017년 9월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렇게 조동진의 믿기지  않았던 복귀와 암투병 소식을 지난 이후, 잔잔했던 오늘 새벽 그는 자택에서 홀연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향년 70세. 고인의 데뷔 당시와 그의 음악을 기록해 본다.



휴학 이후 가요계 등장

조동진의 아버지는 피아니스트 출신 영화감독 조긍하이다. 국내 포크 음악에 큰 획을 그었던 레이블 하나기획은 그의 친동생인 조동익과 조동희가 설립했으며, 현재는 푸른곰팡이로 이어져서 운영되고 있다. 조동진이 음악계에 발을 디디게 된 이유는 진공관 앰프를 직접 제작했을 만큼 오디오광이었던 형 조동완에 영향받은 흔적이 강하다. 이처럼 음악과 예술 분야와 관련된 몇몇 환경 속에서 조동진의 음악은 시작될 수 있었다.
 
조동진은 1966년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 이후, 1968년에 학과를 휴학했다. 그가 휴학을 하던 당시 연세대 앞에는 비잔티움이라는 다방이 있었다. 이 곳에서 조동진은 코털 이장희를 알게 되었고, 또 중학교 동창이던 윤형주와의 인연을 통해서 음악을 향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또한 정릉에서 음악적 감각을 키우던 20대 초반의 시기에 시인 고은을 만나면서 데뷔 앨범에 수록된 ‘작은배’를 작곡하기도 했다.
휴학 이후부터 음악 활동을 곧장 시작했던 조동진은 1979년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조동진은 미8군 무대에서 섰던 쉐그린과 동방의 빛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생전에 많지 않은 작품을 발표해 나왔지만, 조동진의 음악이 지닌 가치는 1980년대 대중가요의 응집과 확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동아기획과 함께 1980년대 대중음악가들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었고, 또 미래를 포용하며 정진시킨 아티스트였다.


묵묵히 가요계를 긴장시키며 섭렵했던 조동진

조동진은 YWCA의 청개구리에서 활동하던 당시부터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다. 이 당시 결성된 밴드가 동방의 빛인데, 조동진은 이 밴드에서 세컨드 기타를 맡았었다. 동방의 빛은 핑크 플로이드(Pink Fyoyd) 등 실험적인 프로그레시브록에 심취했던 이들이 멤버로 있었다. 당시 멤버는 강근식, 조원익, 이호준, 유영수, 이영림 등 쟁쟁한 이들이 함께 했다. 이때 조동진이 주로 작곡해서 동료 가수들에게 전한 노래로는 김세환의 ‘그림자 따라’, 최헌과 투 코리언스의 ‘ 들리지 않네’, 윤형주의 ‘작은 불 밝히고’ 등이었다.


조동진은 ‘가요계의 기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류 뮤지션들과 달리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쉐그린과 동방의 빛의 기타리스트와 작곡가로 활동할 때부터 이러한 성격이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또한 조동진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행적을 오래 잇지 않았다. 동방의 빛과의 협업 이후 1973년 팀에서 빠져나와서 군에 입대를 했고, 이후에는 세 살 아래의 김남희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다. 가수 장필순은 2016년 발표한 싱글 ‘낡은 앞치마’를 통해서 2014년에 사망한 조동진의 부인 김남희와의 추억을 음악에 담아내기도 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대중가요의 맥을 이었던 데뷔 앨범

이촌동 서울 스튜디오에서 동방의 빛 멤버들과 함께 녹음했던 조동진의 1집 앨범은 데뷔 앨범임에도 이미 기성 가수 이상의 센스와 음악적 매력이 상당히 담겨 있었다. 조동진의 1집에 수록된 노래들은 송창식과 양희은, 서유석, 김세환 등에게 전달했던 노래가 다수 포함되었다. 창작 본연의 의미가 제대로 소화되지 못했던 음악을 결국 자신의 데뷔 앨범에 수록한 셈이다.

타이틀곡 ‘행복한 사람’은 이미 1970년대 초반에 김세환이 불렀던 곡이다. 현재와 달리 김세환 버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의 활동 금지로 이 곡이 봉인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다시 조동진 자신이 부르면서 솔로 뮤지션 조동진의 등장과 성공, 그리고 한국대중음악의 새로운 돌파구가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작은배’는 조동진의 데뷔 앨범 이전에 양희은이 불렀던 곡이다. 포크 옴니버스가 한창 발매되던 당시에 제작된 양희은의 [고운노래 모음 3집]에 수록되었던 이 곡은 쉽고 간단한 멜로디지만, 진한 향을 지닌 듯 한 노랫말의 매력이 대학가와 다운타운가에서 어필되면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조동진의 데뷔 앨범은 재킷 디자인 역시 상당한 기품이 느껴진다. 그로테스크적인 기운이 크게 느껴지는 음악 외 또 하나의 작품이라 할만하다. 이 앨범에는 ‘행복한 사람’ 외에도 ‘작은배’, ‘겨울비’가 히트를 기록했다. 조동진의 데뷔 앨범은 한 마디로 1970년대와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의 분기점과 같은 의미를 지닌 작품이었다. 판매량은 30만 장 정도로 집계되고 있지만, 더 판매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동진 음악의 특징과 영향

조동진 음악의 특징은 느리면서도 단순한 멜로디의 진행이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일편 조동진의 음악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김민기나 양희은 등과 같은 저항적인 가수들과 김의철과 방의경 등의 서정적이면서도 교감적인 감각이 고르게 묻어나는 장점도 지니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떠난 오늘은, 허영자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던 조동진의 ‘어떤날’과 참 잘 어울린다 생각된다. 조동진의 동생 조동익이 1986년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함께 결성한 어떤날은 조동진의 노래에서 착안해 지어진 이름이었다.  


또 한 분의 커다란 별이 지고 말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페라가 클래식이라면, 뮤지컬은 樂이다.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