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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Feb 01. 2018

#미투 운동,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미투 캠페인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사회적인 울림이 되고 있는 #미투 캠페인

현직 검사의 ‘검찰 내부 성추행 폭로’라는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캠페인’의 동참이 급속히 일어나고 있다. 2010년 자신이 수행하던 상사로부터 추행을 당한 여검사는 그 사건으로 인해 8년의 세월 동안 고통을 당했으며 유산의 아픔까지 겪었다. 하지만 그 가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짧은 답변으로 모든 것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국가의 기틀이 되는 사법부에서조차 이러한 성적 희롱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배양조건이 될 수 있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었다. 섬마을에 부임한 여교사를 마을 주민들이 성폭행하고, 지적 장애가 있는 소녀를 옆 집 사람이 폭행하고, 선생은 학생을, 교수는 조교를 추행했다. 누구든 무력과 높은 위치만 있으면 갑이 되었다. 그리고 그 잔인한 갑들은 을이라 이름 붙은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을 유린했다. 가정에서도 이런 일들은 수시로 벌어졌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남자들의 나라였으며, 남자들을 위한 나라였다. 남자들이 법을 만들었고, 법 위에 그들이 군림했다. 일방적인 폭력의 희생양이 된 여성들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자살이었다. 그렇게 많은 폭력의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제까지 이러한 폭력의 연대기를 페미니즘과 남성 역차별의 이론적 개념으로 싸늘하게 보아야 하는가. 삶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고 그 속에서 약한 자의 항변은 바람소리보다 못하게 묻혀버린다. 이렇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시작한 #미투 캠페인은 싸움이 아니라, 보호하고 보호 받기 위한 약한 자들의 뭉침이다.

제6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가장 의미 깊었던 퍼포먼스는 참여한 유명인사들 가슴에 꽂힌 한 송이 하얀 장미꽃이었다. 흰 장미는 오랜 세월동안 성폭력에 희생되어온 여성들의 인권과 저항을 뜻하는 #미투 캠페인의 상징이다. 지난 제75회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이번에 모두 흰 장미와 흰 옷으로 그 아픔을 함께 했다.

영어로 ‘Me Too’라는 문장에 해시태그 ‘#’를 붙인 #미투 캠페인은 2017년 10월 15일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Alyssa Milano)의 SNS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미라맥스 영화사의 창립자이자, 미국 영화계의 상징과도 같은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추문을 폭로한 뉴욕 타임즈의 기사에 공개적으로 희생자임을 자처한 알리사 밀라노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더 많은 이들이 아픔을 딛고 사회 도처에 만연한 성추행과 폭력의 실상을 알리기를 독려했다. 

이 운동은 15일 당일에만 20만 개 이상의 해시태그로 번져갔고, 다음날에는 50만 개 이상에 이르렀며, 페이스북에서는 한 시간 동안 470만 개 이상의 글에 해시태그가 달렸다.

패트리샤 아퀘트(Patricia Arquette),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레이디 가가(Lady Gaga), 셰릴 크로(Sheryl Crow), 비올라 데이비스(Viola Davis), 엘렌 드제네러스(Ellen DeGeneres), 헤더 그레이엄(Heather Graham), 안나 파킨(Anna Paquin), 에반 레이첼 우드(Evan Rachael Wood),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 모니카 르윈스키(Monica Lewinsky) 등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스타들이 #미투 캠페인 대열에 동참했고, 11월 12일 할리우드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미투 서바이버 행진’을 벌였다. 


타임지는 이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고, 애슐리 쥬드(Ashley Judd)를 포함해 엠마 스톤(Emma Stone), 나탈리 포트먼(Natalie Portman), 에바 롱고리아(Eva Longoria) 등의 여배우들과 시나리오 작가인 숀다 라임스(Shonda Rhimes) 등 300명 이상의 여성들이 참여한 여성 작가, 감독, 프로듀서들은 폭로운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타임즈 업(Time's Up)’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양성평등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래에 담긴 절망 또는 희망

Nirvana ‘Rape Me’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 그룹 너바나(Nirvana)가 1993년에 발표한 앨범 [In Utero]는 밴드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이다. 1993년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고, 1996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5백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넘어섰다. 'Rape me, go ahead, rape me, beat me. You'll never kill me. I'll survive this and I'm gonna fucking rape you one of these days and you won't even know it.'라는 끔찍한 가사를 직접 쓴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Anti-Rape Song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K6_DIMyIY


Billie Holiday ‘Gloomy Sunday’ 

어릴 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은 일리노어 페이건(Eleanora Fagan)은 불과 열 살 때 일하러 나간 집에서 백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를 유혹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감화원에 가야만 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또 다시 다른 백인 남성에게 성폭행 당했다. 열네 살에 거리의 여자가 되어 헤매던 일리노어는 결국 나이트클럽 가수로 무대에 서게 되었고, 그녀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영화배우 ‘빌리 도브(Billie Dove)’의 이름과 자신의 아버지의 성을 따 ‘빌리 홀리데이’라는 예명을 지었다. 1959년 빌리 홀리데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병원에 입원했다. 마약에 찌든 중년의 여인을 아무도 세기의 재즈 싱어라고 알아보지 못했다. 일리노어 페이건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딱딱하고 차디찬 병상에서 빌리 홀리데이는 44세의 나이로 홀로 죽음을 맞았다. 그녀의 마지막 진료 기록에는 ‘병명 마약 중독 말기, 치료 방법 없음’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빌리 홀리데이가 부른 ‘Gloomy Sunday’는 멜로디에 담긴 음악표현과 가사에 담긴 좌절감에 감출 수 없는 그녀만의 비애가 절절하게 담겨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UCyjDOlnPU

John Legend ‘Start A Fire’ 

영화 ‘위플래쉬’로 주목을 받았던 데미안 차젤레(Damien Chazelle) 감독은 신작 ‘라라랜드’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 유수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그 진가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주연배우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과 엠마 스톤(Emma Stone)뿐 아니라 감미로운 목소리로 팬들을 사로잡은 존 레전드(John Legend)가 O.S.T에 참여한 ‘라라랜드’는 제 60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O.S.T>까지 수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6ULWmMfHcU

Eminem ‘Say Goodbye Hollywood’ 

에미넴은 1999년 데뷔 앨범 [The Slim Shady LP]로 그래미 최우수 랩 앨범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앨범 [The Marshall Mathers LP]는 미국에서 역사상 가장 빨리 팔린 솔로 아티스트 음반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Eminem Show]는 발매 후 곧바로 차트에 1위에 기록되고 1주 만에 백만 장이 팔렸으며, 전 세계에서 총 2,000만장 이상 팔렸다. 첫 번째 싱글은 ‘Without Me’로, 이 곡을 통해 보이 밴드에 대한 경멸심과 림프 비즈킷(Limp Bizkit)과 모비(Moby), 미국의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Dick Cheney)의 부인인 린 체니(Lynne Cheney)를 비꼬았다고 한다. 외설적이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The Eminem Show]는 롤링 스톤지가 선정한 ‘최고의 명반 500선’에서 317위에 기록되었으며, 이 앨범을 통해서 에미넴은 3년 연속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어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xEU0GLpvc

조정치(Feat. 사비나앤드론즈) ‘날 치료해 주세요’ 

밴드 뜨거운 감자와 강산에 밴드에서 객원 연주자로 기타를 치던 조정치는 평소 그의 실력을 인정하던 김C가 윤종신에게 소개를 하며 메인스트림에서 성공적인 길을 걸어 나올 수 있었다. 그는 결국 유희열과 하림의 뒤를 잇는 ‘윤종신의 3대 음악노예’로 이름을 올렸다. 조정치는 가수 정인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이후, 그리고 정규 앨범으로 5년 만에 3집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 [3]은 사랑을 통해 느끼는 다양한 정서를 담은 9곡의 노래를 9명의 여성 뮤지션들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불러낸 색깔 있는 보컬과 조정치의 기타 연주가 빛나는 앨범이다. 다섯 번째 트랙으로 위치한 ‘날 치료해 주세요’는 사비앤드로즈 고유의 신비스러운 가창과 분위기가 고혹적인 곡이다. 


김윤아 ‘타인의 고통’

김윤아는 앨범의 제목 '타인의 고통'을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책 제목 ‘타인의 고통’에서 가져왔다. 그녀는 앨범을 통해서 사람들이 힘들고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자신의 고통을 얘기하고 타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타이틀 곡 ‘타인의 고통’은 평소 SNS를 통해 보아왔던 다른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결국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다른 사람들의 삶과 이어져 있으며, 내가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공감을 하고 때로는 분노를 한다. 작년부터 할리우드에서 이어져 온 #미투 캠페인은 단지 연예인들과 알려진 공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그리고 자주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단호한 거부의 메시지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너무 늦었다 하더라도 내일보다는 오늘이 빠른 시작이 될 수 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의 발언을 지지하며, 그들이 바라는 정의로운 세상을 함께 꿈꾸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pn6geCKlV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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