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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Jul 04. 2019

Dexter Gordon [Dexter Calling]

아티스트 및 음반 : Dexter Gordon [Dexter Calling...]

발매년도 및 발매사 : 1961, Blue Note

시스템 : Avid Hifi ‘Diva II’

Credit

Dexter Gordon(Ts)

Kenny Drew(P)

Paul Chambers(B)

Philly Joe Jones(Ds)     

재즈가 지닌 매력이 온 몸에서 분출되었던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

나윤선의 ‘아리랑’은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킨 작품이다. 프랑스 영화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Bertrand Tavernier)는 나윤선의 ‘아리랑’을 접하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보았다.”고 피력한 적이 있다. 1986년 베르트랑 타베르니 감독은 재즈의 산역사라 할 수 있는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과 허비 행콕(Herbie Hanconk)을 주연으로 하는 영화 ‘Round Midnight’을 연출했다. 이 영화에서 덱스터 고든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실제 덱스터 고든은 빼어난 외모와 체격을 지녔던 뮤지션으로 그가 내뿜는 이미지 자체가 재즈의 역사를 상징했다고 볼 수 있다. 


버드 파웰(Bud Powell)과 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Round Midnight’에서 덱스터 고든은 가공의 색소폰 연주자이자 주인공인 데일 터너를 연기했다. 극중 덱스터 고든이 연기와 연주를 펼친 ‘As Time Goes By’는 그가 선보였던 몇몇 버전들과 격을 달리하는 고혹적인 장면으로 남겨졌다. 한 때 화려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뒤로 하고 파리에 머물며 마지막 삶의 시간 앞에 놓인 듯 살아가던 덱스터 고든은 과거 자신의 모습을 연상하며 열정어린 연기를 펼쳐낼 수 있었다. 덱스터 고든의 연주는 유쾌함과 엄숙함이 동시에 전달되는 매력을 지녔다. 초기의 거칠고 공격적인 스타일은 여러 악단을 거치면서 그만의 정숙한 스타일로 변화되었다. 그럼에도 덱스터 고든이 활동 초기에 뿜어냈던 음의 철학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과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에게까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어느 뮤지션보다 너그럽고 여유로운 기품을 풍겨냈던 덱스터 고든은 몇 단계의 희로애락을 거치며 자신의 음악적 맥을 짚어 냈다. 어린 시절 클라리넷을 배우다가 색소폰의 아름다운 음색에 빠져든 덱스터 고든은 세기의 테너 색소폰 연주자로 기록되었다. 그는 1940년대 초반에 인기 절정의 라이오넬 햄프턴(Lionel Hampton) 악단과 빌리 엑스타인(Billy Eckstine) 악단에서 활동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레스터 영(Lester Young)과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악단에서 배가된 실력을 뽐내던 덱스터 고든은 사보이 레이블에서 내놓은 [Dexter Rides Again]을 시작으로 멋진 리더 작품을 여러 장 발표했다. 덱스터 고든의 음악적 변신은 비밥의 고전으로 기록된 [The Chase]를 발표하는 등 재즈 씬을 고르게 오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1950년대 초반부터 마약에 빠져들었던 덱스터 고든은 1960년까지 암울한 시간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위기에 빠졌던 덱스터 고든은 블루 노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며 재기에 나섰고 적잖은 명작을 내놓으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 시기에 덱스터 고든은 이전과 달리 유연하고 고즈넉한 스케일을 고수하며 작품을 그려 나갔다. 1961년 [Doin' Allright]을 시작으로 1967년 [The Squirrel]까지 블루 노트를 통해 발표된 덱스터 고든의 음반은 총 10장으로 어느 앨범 하나 쉽게 지나치기 힘들 정도의 명작으로 남겨졌다. 특히 블루 노트 초창기에 발표된 4장의 앨범에는 당대를 대표했던 여러 뮤지션들이 함께 하며 혼신의 열연을 실어냈다. 또한 1962년 발표된 [Go]는 올뮤직으로부터 만점의 평점을 얻어냈고, 미국의 주요 국가 기록물로 지정되어 국회 도서관에 보존되어오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Dexter Calling...]은 파리로 떠나기 직전에 발표되었던 [Landslide], [Go] 앨범과 감상의 틀이 균등하게 번져있는 작품이다. [Dexter Calling...]은 대중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던 [Our Man In Paris]에 미치지 못할 정도의 지명도를 지녔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친밀함을 유지해 나온 케니 드류(Kenny Drew)와의 새로운 교감은 미학이라 표현하고 싶을 정도의 맛을 전한다. 그리고 건실한 연주자 필리 조 존스(Philly Joe Jones)의 정교한 비트와 폴 챔버스(Paul Chambers)의 화려한 라인은 매우 안정적으로 교차하고 있다. 이 앨범이 지닌 단아하고 정교한 울림은 ‘Soul Sister’ 한 곡에서 충분히 감지된다. ‘The End Of A Love Affair’의 찰랑이는 음색과 비트는 바이닐이 지닌 묘미를 한껏 선사하고도 남는다. 남성적인 호방함과 음을 따라 가며 감상하기에 적당한 ‘Smile’과 ‘Modal Mood’는 지금의 계절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상쾌함 가득한 넘버이다. 그리고 ‘Ernie's Tune’의 온화한 흐름은 파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재즈 뮤지션이었던 덱스터 고든의 향취가 가득 묻어나는 트랙이다. 이 앨범은 2015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거쳐서 오리지널 앨범으로 CD와 함께 재발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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