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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Jul 16. 2020

퓨전재즈의 대중화 이끈 카시오페아와 티스퀘어

퓨전 재즈의 대중화를 이끈 Casiopea와 T-Sqaure

[Bitches Brew]의 발매 50주년을 맞이해서 특집으로 준비된 이번 호에 맞춰 일본 퓨전 재즈를 양분해 나온 카시오페아(Casiopea)와 티 스퀘어(T-Square)의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 본다.    

  

국내에서도 친숙했던 두 밴드의 음악

여타 장르의 공연장보다 들뜨고 질서 있는 관람을 보이는 일본인들에게 카시오페아와 티 스퀘어는 자랑스러운 음악 집단이라 할 만하다. 퓨전 재즈가 등장한 지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시기에 등장했던 두 밴드는 단아한 이미지에 청명하면서도 그루브의 감도가 선명한 음악으로 정의된다. 사계절 가운데 특히 여름에 더 어울릴만한 이들의 음악은 198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친숙하게 정착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이전부터 두 밴드의 여러 히트곡이 다수 미디어의 시그널이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기를 전후해서 이들은 수차례에 걸쳐 내한 공연을 진행했고, 매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했다. 카시오페아와 티 스퀘어는 씬에 등장한 지 4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열정적인 작품 활동과 공연을 펼쳐 나오고 있다. 그동안 두 밴드를 거쳐 간 멤버들은 일본 대중음악의 역사를 상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컨템퍼러리 재즈의 정석적인 스타일, Casiopea

카시오페아의 음악을 소개하는데 이승철을 잠시 인용해야 함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카시오페아의 1987년 앨범 [Platinum]에는 ‘Bridge Over Troubled Water’와 함께 수록된 ‘Me Espere’가 잔잔한 히트를 기록했다. 이승철은 1990년에 발표된 2집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를 수록했다. ‘노을 그리고 나’와 ‘그대가 나에게’ 등 준수한 곡이 담겨있던 이 앨범에서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는 카시오페아의 ‘Me Espere’와 곡의 구조와 멜로디가 매우 흡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표절 의혹을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승철은 이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몇 년의 시간을 두고 모 레이블에서는 이전까지 발매되었던 카시오페아의 음반을 순차적으로 수입해서 발매했고, 당시 유통되었던 카시오페아의 음반들은 몇 차례에 걸쳐서 다시 수입될 정도로 히트를 기록했다. 

컨템퍼러리 재즈의 정석적인 스타일을 구사해 온 카시오페아는 1976년 노로 이세이(Issei Noro. 기타)와 사쿠라이테츠오(Tetsuo Sakurai. 베이스), 스즈키 토루(Tohru Suzuki. 드럼), 코이케 히데히코(Hidehiko Koike. 키보드)의 라인업으로 출발했다. 이듬해 무카이야 미노루(Minoru Mukaiya. 키보드)와 사사키 타카하시(Takashi Sasaki. 드럼)가 새롭게 가입했다. 다소 시간이 흐른 1979년 데이빗 샌본(David Sanbone. 색소폰)과 같은 대형 뮤지션을 게스트로 초빙해서 데뷔 앨범 [Casiopea]를 발표했다. 1980년 밴드 사운드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짐보 아키라(Akira Jimbo. 드럼)가 새롭게 가세하며 최강의 라인업을 형성했다. 카시오페아는 2006년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지할 때까지 42장의 음반을 내놓았다. 휴지기를 거친 이후 활동을 재개한 카시오페아는 결성 35주년을 맞이한 2012년 오타카 키요미(Kiyomi Otaka. 키보드)를 새롭게 맞이하며 3기 멤버를 구성했다. 그리고 2019년 [Panspermia]까지 총 6장의 앨범을 더해 나오며 건재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록에 가까운 인스트루멘탈 스타일티 스퀘어 소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이전에 이미 첫 번째 내한공연을 진행했던 티 스퀘어는 카시오페아 못지않게 국내의 미디어와 인연이 깊은 밴드였다. 특히 ‘Dandelion Hill’과 ‘Daisy Field’는 방송과 광고 음악에 사용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2003년 티스퀘어는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올인> OST의 마지막 트랙에 참여하기도 했다. 카시오페아와 함께 일본 퓨전 재즈계를 양분해 나온 티 스퀘어는 퓨전 재즈에 록적인 스케일을 더한 사운드를 주창해 나오며 성공을 거뒀다. 1976년 메이지대학에 다니던 안도 마사히로(Masahiro Andoh. 기타)를 주축으로 시작된 티 스퀘어는 결성 당시 ‘메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 MSG)에서 차용한 더 스퀘어(The Square)라는 밴드명으로 출발했고, 1987년 미국에서의 첫 공연 이후 익히 알려진 티 스퀘어로 이름을 바꿨다. 

30여 명에 이르는 많은 멤버들이 거쳐 나온 티 스퀘어는 활동 초기와 중기에 잠시 퍼커션과 리듬 기타를 추가하거나 건반 사운드를 두 대로 구성하는 등 사운드의 확장을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기본에 충실하자는 멤버들의 의견으로 5인조 구성을 꾸준히 유지해 나왔으며, 현재의 멤버는 안도 마사히로를 축으로 이토 타케시(Takeshi Itoh. 색소폰, 리 리콘), 카와노 케이조(Keizoh Kawano. 키보드), 타나카 신고(Shingo Tanaka. 베이스), 반도 사토시(Satoshi Bandoh. 드럼)로 구성되어 있다. 2019년 내한 공연을 가지면서 티 스퀘어는 46집 [HORIZON]을 발표했다. 당시 입원 치료를 받던 카와노 케이조는 현재 시라이 아키토(Akito Shirai)로 교체된 상태이다. 티 스퀘어는 안도 마사히로와 이토 다케시가 참여했던 1978년 데뷔 앨범 [Lucky Summer Lady]를 시작으로 몇 차례에 걸쳐 밴드명을 바꿔가며 거의 매해마다 작품을 발표해 나왔다. 2020년 티 스퀘어는 통산 마흔일곱 번째 작품으로 준비한 [AI Factory]를 발표하려 했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발매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비슷한 듯 다르게 흘러 온 카시오페아와 티 스퀘어의 음악

두 밴드의 음악은 퓨전 재즈에 속한다는 선명한 공통점 외에도 비슷한 부분이 많이 발견된다. 먼저 프런트맨이 모두 기타를 담당한다는 점과 두 기타리스트의 연주 실력과 작곡이 지닌 기품이 세계 정상급이라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카시오페아의 ‘Looking Up’과 티 스퀘어의 ‘All About You’와 같은 두 팀의 대표곡에서 나타나듯이 깔끔하면서도 스트레이트 하게 전개되는 연주 스타일은 공존하며 경쟁해 나온 두 팀의 동질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카시오페아의 ‘Galactic Funk’와 ‘Eyes Of The Mind’, 티 스퀘어의 ‘Dandelion Hill’과 ‘Control’에서 전해지듯 절제된 음의 전개 속에서 오차가 없으며 경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양식은 두 밴드의 음악을 상징한다 할 만하다. 그리고 두 밴드가 40여 년 넘게 발표해 나온 거의 모든 트랙들은 어느 공간에서 울려도 편안하게 공간을 아우를 수 있다는 비슷한 감성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카시오페아와 티 스퀘어의 히트곡 중 많은 곡들이 방송과 광고 음악에 많이 사용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대중과 호흡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두 밴드의 음악에는 분명한 차이점을 지닌 구성과 연주 방식이 존재한다. 프리 재즈와 퓨전 재즈의 흐름을 타는 등 다양한 스타일의 곡을 발표해 왔던 카시오페아와 달리 티 스퀘어는 프레이즈 안에 다소 갇힌 채 다채롭게 연주를 펼쳤다는 미묘한 차이점을 보인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카시오페아는 기타와 건반의 멜로디가 주를 이루고 베이스와 드럼의 연동되는 리드미컬한 라인을 통해 여러 음악을 쌓아 나왔다. 이에 반해 티 스퀘어는 기타와 색소폰, 윈드 신디사이저(EWI) 위주로 작곡을 하고 연주를 전개하는 특징을 보여 왔다. 이런 이유로 카시오페아의 음악은 리듬이 중심이 되어 완성된다는 독특함이 존재하며, 티 스퀘어의 음악에는 멜로디가 강조되어 보다 파퓰러 한 느낌이 유려하게 담겨 있다는 요소가 자주 발견되며 제목과 연주가 특히 잘 어울리는 특징도 존재한다.


카시오페아의 대표곡이라 할 만한 ‘Fightman’과 ‘Tokimeki’, ‘Asayake’, ‘Trance Evolution’은 퓨전 재즈의 정석적인 플레이로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자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크게 히트를 기록했다. 티 스퀘어는 ‘Truth’를 필두로 ‘Omens Of Love’와 ‘Prime’, ‘Little League Star’, ‘Twilight In Upper West’와 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퓨전 재즈 외에도 블루스와 록의 기운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음악의 색감적인 측면에서 카시오페아의 음악이 다소 시원하고 차가운 질감을 지니고 있다면, 티 스퀘어의 음악은 따스함과 직설적인 기운이 교차한다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두 밴드의 공통점은 물론 차이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공동 라이브가 몇 차례 진행되어 왔다. 특히 데뷔 25주년을 맞이했던 티 스퀘어와 25주년을 눈앞에 뒀던 카시오페아는 2003년 큰 규모로 구성된 협연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의 실황은 [Casiopea vs The Square Live]라는 타이틀로 발매되었고, 영상 관련 사이트에서도 손쉽게 감상할 수 있는 상태이다. 당시의 협연에는 두 거장 밴드의 볼륨감과 실력을 동시에 맛보며 비교해서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가 다수 발견된다. 망설이지 말고 바로 검색해서 감상해 보시길 권한다.     


사운드의 핵심을 이루는 노로 이세이와 안도 마사히로

카시오페아와 티 스퀘어의 음악을 이루는 주축은 노로 이세이와 안도 마사히로가 연주하는 기타와 작곡 파트에 있다. 두 뮤지션이 지닌 사운드나 톤의 질감은 흡사 래리 칼튼(Steve Lukather)과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의 [No Substition-Live In Osaka] 앨범에서 전달되던 퓨전 재즈와 록의 결합을 연상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노로 이세이의 연주는 래리 칼튼과 같은 컨템퍼러리 재즈의 정석을 보여줘 왔다. 테크닉을 그다지 앞세우지 않는 가운데 여러 히트곡에서 전개해 나온 노로 이세이의 안정감 큰 연주는 톤의 질감이 풍성하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그는 특히 16비트를 기본으로 하면서 긴장된 화음을 이루는 텐션 노트와 다채로운 화성적 울림을 주로 전개한다. 노로 이세이는 카시오페아 외에 짐보 아키라와 함께 인스피리츠(Inspirits)의 멤버로 7장의 음반을 발표해 나왔으며, 1985년 [Sweet Sphere] 이후 2003년까지 총 6장의 솔로 작품을 발표했다.


이에 반해 안도 마사히로의 연주는 스티브 루카서 식의 여러 테크닉이 교차하는 연주 스타일을 선보여 왔다. 얼핏 웬만한 록 밴드의 리드 기타리스트를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안도 마사히로의 연주에는 멜로디 라인을 중심에 둔다는 특징도 두루 발견된다. 또한 펜타토닉 스케일은 물론 레가토 피킹과 밴딩 등 여러 테크닉을 교차해서 나열하는 안도 마사히로의 프레이즈 전개는 그의 외모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안도 마사히로는 1986년 [Melody Book]를 시작으로 총 4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해 나오고 있으며 2010년까지 ‘Gran Turismo’ 등의 비디오 게임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해 나오고 있다. 노로 이세이와 안도 마사히로는 또 다른 퓨전 재즈 밴드 오또뜨리오(Ottottrio)의 주축 멤버로 번외 활동을 이어 나왔다는 공통점도 지닌다. 두 기타리스트의 스타일과 스케일은 앞서 언급되었던 두 밴드의 음악적 기품과 다름 아니라 할 만하다.


두 밴드의 중심을 이루는 파트는 기타 외의 다른 파트의 멤버들에게서도 발견된다. 먼저 카시오페아 음악의 합은 현재의 오타카 키요미 이전에 주축을 이루던 무카이야 미노루의 건반에서 시작되어 끝을 맺었었다. 그리고 객원 멤버로 정규 멤버 이상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짐보 아키라의 광범위한 드럼 연주는 카시오페아 사운드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다고 할 만하다. 티 스퀘어는 데뷔 초기부터 색소폰과 EWI 파트를 담당했던 이토 타케시와 1990년대 티스퀘어의 주축 멤버로 활동했던 혼다 마사토(Masato Honda. 색소폰, 리리콘), 그리고 반도 사토시의 드럼이 사운드의 주축으로 자리해 나오고 있다.     



어느덧 결성 45주년을 앞두고 있는 카시오페아와 티 스퀘어. 퓨전 재즈가 등장한 이후 그 어느 밴드보다 정석적인 결을 보여 왔던 두 밴드. 카시오페아와 티 스퀘어는 보다 많은 대중이 퓨전 재즈에 빠져들 수 있도록 충실한 인도자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범접하지 못할 열정적인 활약 속에서 발표했던 이들의 작품은 언제고 다시 꺼내서 감상해 봄직 한 고서와 다름 아니다. 사계절 내내 가득한 향기로 남는 두 밴드의 음악에 한 번 즘, 그리고 다시금 빠져 보시길 바란다.           


(이 글은 월간 재즈피플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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