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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May 04. 2022

Interview with 신대철

탐나는 하이브리드
Interview with 신대철     

2013년 정규 10집 앨범을 위한 단계로, 의미있는 미니 앨범을 발매했던 시나위와의 인터뷰 글을 소개한다. 


가장 잘 맞는 장르를 찾아가는 건 아니다. 여러 실험을 통해서 유희하는 게 중요하다. 남들이 이미 다 시도한 걸 가지고, ‘나도 해야지’라고 한다면 얼마나 재미없겠나.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음악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 반갑다. 이번 앨범 [Mirrorview]는 2006년 정규 9집 [Reason Of Dead Bugs] 이후 앨범이다. 현재 시나위의 멤버에 대한 소개와 이번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반갑다. 사실 이번 앨범은 시간에 쫒기다보니 우선 절반만 발표하게 되었다. 그래도 앨범이라 불러 주니 고맙다.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그것도 누가 말해줘서 알게 되었다. 공백이 있다 보니 그냥 단순한 앨범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오소독스한 면과 모던함이 모두 배어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이전엔 하지 않았던 악기의 배치나 편곡 등 여러 면에서 새롭게 시도한 부분이 많았다. 일편 욕먹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 시나위의 멤버라고 한다면, 모호한 면이 있지만 나(신대철)와 보컬의 윤지현, 베이스의 김정욱 이렇게 3인 체제이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모두 9인조의 대규모 밴드가 된다. 또 때에 따라서 다른 멤버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예전과는 다른 콜라보 형식이랄까. 뭐 다양한 뭔가를 시도해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 아니면 예전에 멤버 교체가 너무 잦아서 항상 고민이었는데 차라리 그걸 ‘장점화하자’라는 전략적 변화가 생겼다고 할까. 그래서 전통적 밴드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 한국음반산업협회에서 복각 LP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1차로 선정된 앨범 가운데 신대철이 1989년 발표한 [Corona]도 포함되었다. 굉장히 오래전의 앨범이고, 한국 락음악사에 있어서 이 앨범이 갖는 의미도 크다. 앨범 제작 당시의 상황과 [Corona] 앨범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그 앨범의 판권은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예전 앨범에 대한 판권을 찾아오려고 노력중이다. 그래서 시나위 6~9집도 찾아왔다. 물론 진통도 있었고, 그 과정에 송사도 치렀지만. 예전에 음반사와 아티스트간에 모호한 계약이 많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좀 알아봐야겠다. [Corona]는 유일무이한 신대철의 연주앨범이자, 솔로앨범이었다. 당시 미디기술이 처음 소개되던 시절이었는데, [Corona]가 우리나라에선 아마도 거의 처음으로 전곡을 미디로 편곡하고 연주했던 앨범으로 기억된다. 물론 기타는 빼고. 미디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또 지금같이 일반적인 툴이 아니던 시절 이었으니 욕심도 났다. 컴퓨터를 이용한다는 점은 당시로는 획기적인 사건이어서 뭔가 다른 걸 한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나는 미디를 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음악씬은 미디로 넘어가기 시작 하더라. [Corona] 녹음당시 여러 가지 최초로 시도한 것들이 많았다. 그때 막 디지털 녹음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던 시점 이었다. 요즘 사용하는 하드디스크 방식이 아니고, 테이프에다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의미라 한다면 용감하게도 연주 앨범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당히 프로그래시브한 느낌의 음악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몽상가이자 이상주의자라고 스스로 인증했던 앨범인 것 같다.     


- 신대철은 SNS를 시작한 이후, ‘블루스란 무엇인가’ 등의 교육적이고, 재미있는 글들을 적잖게 게재해 나오고 있다. 책으로 발간할 의향이 있는지.      

페이스북을 시작한지는 반 년 정도 되었다. 사실 하고 싶지 않았는데(웃음). 주위의 강력한 권고가 있었고, 그 나름의 재미도 들었다. 어느 날 충동적으로 ‘블루스에 대한 야부리’ 라는 시리즈로 글을 썼는데 나름 호응이 있더라. 앨범 녹음관계로 잠시 중단했는데 게을러서 계속 잊고 있었다. 지금은 중단하고 있는데 지인들로부터 출판이야기가 나오긴 했다. 그런데 그런 책이 팔리려나? 만약 쓴다면 ‘새털처럼 가벼운 매우 진지한’ 음악에 대한 담론서가 되려나? 그 외에 조용필 선배나 사랑과 평화의 사연들을 썼다가 다음날 언론에서 인용보도 하는걸 보니 신기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내가 내 이야기를 쓰면 이슈는 되지 않더라(웃음).     


- 기타리스트로서 최근 국내 뮤지션 중 눈여겨보는 이가 있는가.      

정말 많아서 누굴 눈여겨봐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름을 잘 몰라서.  

   

- 각 앨범 및 시기의 라인업마다 시나위의 음악적 지향점은 변형되어 담겨져 왔다. 이번 앨범을 발표한 라인업이 지향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음. 어려운 질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일종의 ‘하이브리드’라고 해야 할까. 시나위의 음악은 점점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락이든 재즈든 그 무엇이든. 심지어 국악도. 그러다보니 경계가 모호해진 경우가 많이 생겨났다. 1960년대 이후 발생한 수많은 음악적 분화는 역설적이게도 서로 다른 장르간의 수많은 결합의 결과물이다. 저는 그걸 ‘음악의 화학적 결합’ 이라고 부르는데 이종의 서로 다른 여러 음악들의 이합집산이 현재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역시 지금도 그런 걸 하고 있고.     


- 데뷔 이후 전 세계 헤비메틀 씬은 많은 장르의 스펙트럼을 겪어 나왔다. 이 점은 시나위 역시 비슷하다 생각된다. 시나위에게 가장 맞는 헤비메틀 장르는 무엇인가.      

좀 전에 얘기했지만, 가장 잘 맞는 장르를 찾아가는 건 아니다. 여러 실험을 통해서 유희하는 게 중요하다. 남들이 이미 다 시도한 걸 가지고, ‘나도 해야지’라고 한다면 얼마나 재미없겠나. 새롭게 창조해 나가는 음악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 시나위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크게 라디오를 켜고’의 새로운 버전이 이번 앨범에 수록되었다. 동일 버전 중 가장 시나위다운 버전은 어떤 곡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번 버전에서 특별히 의도한 바가 있는지 설명을 부탁한다.      

그 시대마다 할 수 있었던 지향점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처음 데뷔했을 때의 시나위는 그 시대에 걸맞게 했던 것이고, 지금은 2013년이니 지금 할 수 있는 버전을 만들어본 것뿐이다.     


- 작년 연말부터 크라티아(Cratia), 제로-지(Zero-G) 등 시나위의 바로 아래 후배 그룹들이 씬에 재등장하며 열정어린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에 대해 기억하는 특별한 이야기와 활동에 대한 의견을 부탁한다.      

그들과 많은 추억이 있었다. 좋은 시절도 있었고, 제로-지의 김병삼은 내 친구기도 한데 시나위 첫 앨범 자켓의 커버그림을 그린 친구이기도 하다. 요즘 다시 활동하는 것을 보니 정말 기쁘고 좋다. 늘 응원한다.    

  

- 시나위가 최초로 결성되던 당시와 지금의 필드가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시는 단순했다. 공략해야 할 대상도 단순했고, 해야 할 일도 단순했던 시대였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이다. 매체도 얼마나 다양해졌는지 모르겠다.  



- 전임 보컬이던 김바다와 강한의 근황을 알고 있는가.      

김바다는 잘 알고 있다. 강한은 최근에 교류가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학교에 출강한다는 말을 들었다.    

 

- 홍대를 중심으로 여러 기획 공연이 있다. 그 기획 중에서 국내 대형 그룹에 대한 트리뷰트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블랙 홀(Black Hole)에 대한 헌정 공연이 700여 명의 관객을 운집하며, 대표적인 하드락 & 헤비메틀 그룹들이 리메이크 및 트리뷰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바 있다. 시나위를 주제로 이 공연이 진행된다면, 함께 할 용의가 있는가.       

오~ 그런 일이 있었다니 축하할 일이다. 사실 시나위도 이번 앨범 발매 기념으로 광주 MBC 난장에서 트리뷰트 공연을 진행했다. 물론 성격은 좀 달랐지만, 뭐 후배 밴드들이 그런 걸 만들어 주신다면 당연히 감사히 응하겠다.      


- 올해 여름에도 여러 락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지산월드락페스티벌과 태안워터락페스티벌 등 두 개의 장르적으로 구분되는 페스티벌에 대한 의견을 부탁한다.       

지산과 태안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났다. 지산은 이제 막 시작한 초년생이니 앞으로 경쟁력을 키워야할 필요가 있겠다. 태안 같은 경우는 부산 락페와 같이 지자체 후원으로 돌아가는 락페고, 무료공연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라 그리 진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화된 기획으로 전통을 만들어 간다면 좋은 행사로 거듭날 거라 기대한다.    

   

- 오늘 인터뷰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 이후 시나위의 정규 앨범 등과 관련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말해 달라.     

연말에 가능하다면 신보를 하나 더 발매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콜라보 형식의 다양한 기획 앨범도 구상하고 있다. 오랫동안 쉬었으니 가열차게 뛸 생각이다! 


MIRRORVIEW

01. Mirror Room 

02. Keep Me Inside 

03. I Never Bow Down

04. 슬픔의 이유

05. 그건 아니야

06. 크게 라디오를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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