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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May 04. 2022

Lacrimosa [Hoffnung]


2016년은 물론 신을 대표할만한 Lacrimosa의 [Hoffnung]

고요한 어둠 속. 어느 순간 긴 어둠 사이를 뚫고 스며오는 촛불의 섬세한 불빛. 그 불빛이 파리하게 흔들리며 작은 이명이 다가온다. 자극이 없는 상황 속 그 소리는 어느새 섬세하고 분명한 점을 형성하며 모든 어둠을 물린다. 1991년 [Angst] 앨범으로 데뷔했던 그룹 라크리모사(Lacrimosa)의 음악은 어둠 속 빛의 기운처럼 자신들 음악의 파장을 잔잔하게 드리워 나왔다. ‘눈물과 한탄의 날’이라는 의미를 가진 ‘Lacrimosa’는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서정성이 돋보이는 곡이며, 그의 대표작인 ‘레퀴엠’의 서러움이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룹 라크리모사는 모차르트를 추종하는 틸로 볼프(Tilo Wolff)가 ‘레퀴엠’으로 축약될 수 있는 음악적 지향점을 지니고서 결성한 밴드이다. 


데스메탈과 고딕, 둠메탈이 전성기를 이루던 1990년대 중. 후반 대한민국에서 이들의 앨범이 소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어둠의 장르 중에서 주요한 특징적 요소만을 발췌해서 오케스트레이션과의 조화를 이뤄왔던 라크리모사 음악의 선은 이들의 전매특허였다. 더해서 심포닉한 어레인지와 다채로운 연주와 곡의 흐름은 앨범의 판매와 인지도를 꾸준하게 성장시키는 요소였다. 그리고 흑백의 담선 속에 나체의 미녀 ‘엘로디아(Elodia)’를 등장시킨 독특한 앨범 이미지 역시 이채를 더했다. 물론 초. 중기 시절의 음반이 특히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것에 반해서, 근자라 할 수 있는 앨범들은 과거의 영광을 제대로 잇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2005년 [Lichtgestalt] 이후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라크리모사는 [Hoffnung]에서 확실히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고 할 만큼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선보이고 있다.    


[Inferno]와 [Stille], [Echos]를 잇는 명작, [Hoffnung]

2012년 11집 [Revolution] 이후 3년 만인 2015년 11월에 발매된 라크리모사의 [Hoffnung] 앨범은 국내를 대표하는 마니아 레이블인 세일음향을 통해 라이센스로 발매되었다. 국내반에는 보너스 트랙으로 ‘Heute Nacht’가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Heute Nacht’는 지난 2013년에 발매된 EP [Heute Nacht]의 타이틀 곡으로 틸로 볼프 고유의 읊조리는 창법과 비트가 절묘한 트랙이다. 참고로 EP [Heute Nacht]는 라크리모사의 오피셜 사이트에도 등록되지 않은 앨범으로 특별반으로 제작된 음반이었다. 

[Hoffnung] 앨범은 한 마디로 아름다운 앨범이다. 전체 수록곡의 기운과 흐름이 기가 막히게 담겨 있다. 독일 앨범 차트에서 28위에 랭크되었던 이번 앨범은 오랫동안 라크리모사가 들려줬던 비극과 슬픔의 정서가 더욱 팽창된 연주의 겹과 결로 담겨져 있다. 이 앨범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틸로 볼프의 기량이 돋보인다. 전곡에서 작사, 작곡과 오케스트레이션, 프로듀싱을 담당했으며, ‘Thunder and Lightning’이 유일하게 안네 누르미와 공동 작사, 작곡된 트랙으로 자리한다. 보너스 트랙까지 11곡이 수록된 이 앨범의 전체 러닝타임은 1시간이 넘는다.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일렉트릭적인 요소가 몇몇 곡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클래식적인 기운이 여타 앨범보다 월등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완벽하다 할 정도의 심도있는 구조와 연주의 화려한 전개는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Hoffnung] 앨범은 라크리모사의 대표 작품인 [Inferno]와 [Stille], [Echos]의 장점을 고르게 지니고 있다. 그리고 보다 각이 크고, 맥이 깊은 음악적 진화마저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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