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홍과 이재호 등이 완성한 세계적인 작품
이 앨범은 국내 프로그레시브메탈은 물론 록보컬리스트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인 이재호의 역량이 넘쳐나는 작품이다. GIT 출신의 인재홍(기타)과 블랙 신드롬 출신의 홍진규(드럼)를 주축으로 결성된 사하라의 등장은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의 성공 이후 거세지기 시작한 프로그레시브메탈의 열기를 국내에 안착하게 만드는데 적잖은 역할을 담당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사하라의 데뷔작 [The Seven Years Of Drought](1993)은 일본의 유명 음악 전문지 ‘번’에서 극찬을 받는 등 국내 메탈 마니아들에게도 환영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사운드의 빈틈은 아쉬움이 남았다.
부족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사하라가 내린 특단의 조치는 보컬 파트의 교체였다. 프로듀서 황윤민과 인재홍은 톰보이록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차지하고 솔로 앨범까지 발표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하던 이재호를 영입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재호와 사하라의 인연은 1992년 잠실 롯데월드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제1회 록그룹 콘테스트에서 시작되었다. 이 행사는 [93 Rock Wave](1993)라는 타이틀로 제작되었고, 사하라는 ‘말할 수 없어’로 참여했다. 당시 이재호는 ‘산다는 것’을 수록한 카운드다운(Countdown) 보컬이었다.
일본에서 2만 장이 넘는 판매를 기록하는 등 절대적인 성공과 가치를 얻어낸 사하라의 2집 [Self Ego](1996)는 이후 박효신을 발굴하게 되는 프로듀서 황윤민이 공을 들여 기획한 작품이며, 한국 록음악의 전설적인 뮤지션들로 기록된 멤버들의 역량과 정제된 레코딩 방식이 인상적인 음반이다. 특히 보컬 파트 외 인재홍과 함께 작곡을 담당한 이재호의 역할이 큰 틀을 이룬 점이 눈에 띈다. ‘Agony Of A Drifter’는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 놓은 곡이며, 사하라 가입 이전 이미 500여 회가 넘는 라이브를 소화했던 이재호의 이전 작품인 ‘어디로 가나’와 ‘또 다른 세상에’를 잇는 발라드 명곡 ‘날 알기까지’는 앨범에서 백미로 평가받는 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