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우주를 유영하는 삶의 즐거움
음악으로 우주를 유영하는 삶의 즐거움, Coldplay의 [Moon Music]
발매와 동시에 전 세계 차트를 석권한 [Moon Music]
혼란스러운 2024년의 연말이 지나 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다가왔다. 혼돈의 시기에는 늘 좋은 음악들이 대중의 탁한 마음을 어루만져 나왔다. 올 한해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음반들은 전년보다 월등한 기록과 결과물을 보여줬다. 국내 록·메탈의 경우 뉴클리어 이디엇츠(Nuclear Idiots)와 미역수염, 사혼, 소음발광, 피컨데이션(Fecundation), 홀리 마운틴(Holy Mountain) 등의 음반이 눈길을 끌었다. 해외의 경우 대형 밴드와 뮤지션들의 신보가 전년보다 미흡한 수치를 남겼다. 급변하는 정세와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암울한 기운 속에서 콜드플레이(Coldplay)가 발표한 신보 [Moon Music](2024)은 연말 시즌의 분위기를 그나마 끌어 올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발매와 동시에 미국과 영국 차트 정상에 올랐던 콜드플레이의 이번 앨범은 독일과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의 주요 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고른 결과를 이끌고 있다.
세상의 중심을 음악으로 투영해 나오고 있는 Coldplay
1997년 데뷔 앨범 [Parachutes]의 히트에도 불구하고 트래비스(Travis)와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영향을 받은 아류 밴드로 치부되었던 콜드플레이. 그럼에도 이들의 성공은 초창기부터 예고되었고 신의 상황은 그들이 성공하기에 최적의 시기였다. 경쟁자이자 밟고 올라서야 할 대상이었던 스웨이드(Suede)와 버브(Verve), 플라시보(Placebo), 블러(Blur) 등은 음악 팬들의 시야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었으며, 큰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오아시스(Oasis)와 뮤즈(Muse)는 주춤하고 있었다. 또한 왕좌의 자리에서 영원히 군림할 거라 예상했던 라디오헤드 역시 변질된 행보로 폴드플레이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과 다름 아니었다. 콜드플레이는 영리한 밴드였다. 쟁쟁했던 1990년대의 대형 밴드들의 양분을 고르게 빨아들였고, 유연하게 자신들만의 견지를 표출했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고 차근차근 록의 범주 안에서 여러 겹을 덧씌우며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다. 콜드플레이는 2024년까지 10장의 정규 음반과 6장의 라이브 앨범, 그리고 12개의 컴필레이션과 43개의 싱글을 발표하면서 1억 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국제 수지를 끌어 올린 브랜드로까지 일컬어지는 콜드플레이는 21세기에 활동하고 있는 음악 집단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결과와 더해질 과정을 밝고 있는 밴드임에 분명하다.
일렉트로닉 스타일이 가미된 [X&Y] 앨범부터 자신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확고히 다진 콜드플레이는 록의 굵직한 기조 아래 이미지와 메시지가 어우러진 사운드의 풍성함과 멜로디의 수려함을 영리하게 구사하고 있다.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이후 펼쳐진 ‘Mylo Xyloto’, ‘A Head Full of Dreams’ 투어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겼고, 이를 잇는 ‘Music of the Spheres’ 투어는 단일 투어 최초로 1,000만 관객과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음반 판매 못잖게 최다 관객 수를 지속적으로 갱신해 나오고 있는 콜드플레이의 공연 수익은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횟수에서도 풍성한 결과를 채우고 있다. 여러 팝 뮤지션과의 콜라보레이션과 지향점이 다른 팝적인 록 사운드를 구사함에도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평단에서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으로 통한다. 이는 이들의 견고한 음악성 때문이다. 매번 발표하는 앨범마다 재즈와 크로스오버, 프로그레시브,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등 여러 장르의 감각을 포용했던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극한의 매력을 지니고 있음에 분명하다. 이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느 뮤지션과 비교될 수 없는 수상 실적에서 확인된다. 지금까지 콜드플레이는 브릿 어워드에서 36회나 노미네이트되었고 9회에 걸쳐 수상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노미네이트와 수상 횟수로 남겨졌다. 또한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32회나 노미네이트되었고, 이 기간 동안 7차례나 수상했다.
엉성했던 한국과의 인연, 첫 만남에서 음악의 맛과 멋을 통해 초월
콜드플레이는 한국과 관련된 일련의 해프닝을 되새기며 특별한 인연을 맺은 밴드로 분류할 수 있다. ‘Long live life’라는 의미를 지닌 이들의 네 번째 앨범 [Viva la Vida](2008)는 삶과 죽음, 전쟁과 사랑에 대한 주제를 담은 작품이다. 앨범 수록곡 중 타이틀곡은 국내 음악 팬들이 사랑하는 콜드플레이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였다. 이 곡 못잖게 국내에서 이슈를 모았던 곡이 하나 있다. 바로 ‘Lovers in Japan’이다. 택 피아노와 기타의 앙상블이 인상적인 이 곡은 공연 중 백스크린에 등장한 일본군의 영상으로 잠시간 콜드플레이의 아성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밴드의 의도와 다른 장면이 제작진의 실수로 공개되어 유감을 표명했던 콜드플레이는 이후 문제가 된 영상을 수정해서 투어를 마쳤다.
급감했을 거라 여겨지던 콜드플레이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한 계기는 2011년 발표된 4집 [Mylo Xyloto] 직후였다. 그해 후지록페스티벌 라인업에 콜드플레이의 이름이 올랐고, 이들의 첫 내한 공연이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들려왔다. 그러나 다음 공연 일정의 조정으로 인해 콜드플레이의 한국 방문은 실현될 수 없었다. ‘True Love’ 등 큰 히트곡을 수록한 6집 [Ghost Stories](2014)를 내놓은 이후 콜드플레이의 인기는 다시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곡선을 탄 흥행 포인트를 놓치지 않은 라이브네이션은 이들의 첫 내한 공연을 안착해냈다. 매진을 기록하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공연장 주변을 맴돌 정도로 엄청난 관심이 더해졌던 이날 공연에서 ‘Yellow’를 연주하던 콜드플레이는 한순간 연주를 멈췄다. 노래를 중단한 크리스 마틴(Chris Martin. 보컬, 건반, 기타, 퍼커션)은 “세월호 3주기를 위해 이 곡을 연주한다. 사랑하는 그들을 기억하며 10초간 침묵해 달라.”고 묵념을 제안했다. 순간 공연장의 백스크린에는 노란 세월호 리본이 담긴 영상이 선명하게 콜드플레이와 함께 했고, 10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공연은 재개되었다. 콜드플레이는 순간의 실수로 한국 팬들에게 안겼던 상처를 기억했고, 우리 국민이 지닌 슬픔 중 가장 근접한 시기의 아픔을 함께 어루만져줬다.
추가에 추가를 더해 준비 중인 Coldplay의 두 번째 내한
팬데믹의 끝자락인 2022년부터 녹음 작업이 시작된 이번 앨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수의 뮤지션과 게스트가 참여했다. 밴드의 프런트맨인 크리스 마틴을 위시한 멤버들 외에 일렉트로닉 계의 대가로 평가받는 크리스 로렌스(Chris Laurence. 베이스), 팝과 댄스 계열의 유명 프로듀서인 막스 마틴(Max Martin. 프로그래밍, 건반), 존 홉킨스(Jon Hopkins. 프로그래밍, 건반) 등 80여 명의 게스트가 전 트랙에 걸쳐 풍성한 사운드를 더해줬다. 또한 나이지리아 출신의 브루나 보이(Burna Boy), 팔레스타인 출신의 엘라냐(Elyanna) 등 보컬 파트에만 50여 명의 게스트가 함께 하며 매끄러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콜드플레이의 신보 소식에 기대감이 부풀었던 국내 팬들은 2017년 첫 내한 공연 당시의 전설적인 무대와 떼창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한국에서 무대를 펼쳐 주길 고대했다. 지난 9월 20일,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7년 역사적인 첫 내한을 완성했던 MBC와 라이브네이션코리아의 저력이 완성해 낸 결과였다. 2025년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총 6회로 진행될 예정인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내한 공연 일정은 최초 4회로 책정되었다. 티켓 오픈은 아티스트 선예매와 라이브네이션 선예매를 통해 시작되었고,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고 말았다. 이후 주최 측과 밴드 에이전시의 협의가 빠르게 전개되었고, 24일에 1회 공연을 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 공연 날짜의 티켓 역시 순식간에 매진되고 말았다. 결국 ‘묻고 더블로 가’도 콜드 플레이의 다음 일정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 아래 25일에 1회 공연을 추가해서 총 6회 공연을 예고했다. 그렇게 내한 공연 역사에 없었던, 그리고 다시없을 역대급 내한 공연이 눈앞에 다가왔다.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내한 공연 소식에 열광하던 이들 중 한 네티즌은 첫 내한 공연이 펼쳐졌던 당시의 국내 정세와 흡사한 평행이론을 제시했고 많은 이들이 그 내용에 고개를 끄덕였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했고, 작가 한강은 맨부커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은 리우올림픽에서 8위를 차지했다. 네티즌의 평행이론이 정확하게 적용된 2024년, 한국은 파리올림픽에서 8위를 기록했고, 한강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6년과 2024년에 콜드플레이는 각각 내한 공연 소식을 알렸고, 2017년처럼 공연 소식이 알려진 다음 해인 2025년에 6회라는 전대미문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8년 만에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9집 [Music of the Spheres](2021)부터 추진된 결과이다. 지난 공연과 흡사하게 환경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이번 공연을 위해 콜드플레이는 약 2주간 한국에 머물면서 공연 외 방송과 몇몇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이다.
두 번째 우주 유영 프로젝트 [Moon Music]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 공연 당시에 느꼈던 감동은 한 가지였다. ‘음악을 참 멋지게 포장하는 기술을 지닌 밴드’라는 점. 여타 공연장에서 늘 전달받던 관객들의 감격 어린 표정과 떼창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전에 품었던 콜드플레이에 대한 감상의 기운을 덜고, 이들 음악이 지닌 힘과 선, 그리고 맥에 집중하면 [Moon Music]이 지닌 매력이 더해질 수 있다. 음악과 관련된 글을 잠시 놓고 음악 산업에 종사하던 시기에 주로 마주했던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새로운 음반이나 신인들을 위한 참고 자료로 종종 활용되거나 논의의 대상이었다. 무대 위 배우의 제스처와 연기를 보는 듯 명료하게 흘러왔던 이들의 음악은 록의 다양한 격과 곡조를 기본 틀로 하고 있다. 콜드플레이의 음악에는 헤비함이 없음에도 묵직한 분위기가 배여 있다. 다른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이나 멜로디를 앞세운 듯 리듬의 화려한 변화감은 매서운 힘마저 지니고 있다.
이번 음반의 재킷은 아르헨티나의 사진작가 마티아스 알론소 리벨리(Matías Alonso Revelli)의 작품을 차용해서 완성되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마지막 앨범으로 남겨진 [The Endless River](2014)와 콜드플레이의 이번 음반 재킷을 좌우로 놓았을 때 느껴지는 이미지를 연상한다면 [Moon Music]이 지닌 드넓은 감각이 더욱 살아날 수 있겠다. 이번 음반에는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와 록시 뮤직(Roxy Music),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광활한 사운드, 특히 스페이스록의 기운이 풍부하게 전해진다. 여기에 R.E.M과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등이 연상될 정도의 방대한 감상의 기품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 존 홉킨스의 프로듀싱 파트가 다시 가세했다. 전작 [Music of the Spheres]의 수록곡 가운데 R&B 듀오 위 아 킹(We Are King),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와 콜라보로 완성한 ‘Human Heart’와 밴드가 발표한 곡 중 가장 긴 러닝타임을 지닌 프로그레시브록 넘버 ‘Coloratura’에 익숙하다면 이번 음반의 흥미는 배가될 수 있다. 이번 앨범 [Moon Music]의 정확한 타이틀은 ‘Music of the Spheres Vol. II: Moon Music’이다. 이전 작의 프로모션 당시에 ‘Everyone is an alien somewhere’라는 문구를 사용했던 콜드플레이는 이번 앨범 [Moon Music]에서 ‘Music of the Spheres’ 프로젝트의 두 번째 우주 유영의 대상으로 달을 선택했다. 가상의 아홉 개 행성을 표현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실존하는 달을 컨셉트를 설정하고 있다.
발매와 동시에 영국에서만 24만 장이 판매된 [Moon Music]은 콜드플레이가 10년 사이에 발표한 음반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판매를 기록중이다. 또한 여러 국가의 차트에서 여전한 활약을 떨치고 있는 이번 앨범은 2016년 1975(The 1975)가 [I Like It When You Sleep, for You Are So Beautiful yet So Unaware of It]로 1위를 차지한 이후 영국 밴드가 동시에 영미 차트 정상을 석권한 첫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뮤지션과 밴드 투어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연신 깨뜨렸던 ‘Music of the Spheres World Tour’ 당시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되었던 이번 음반의 수록곡은 10개의 트랙을 담고 있고, 음성 메모와 라이브 세트, 보너스 트랙이 담긴 음반까지 3개의 피지컬로 제작되었다. 각 트랙은 저마다의 장르와 스타일을 지니고 있지만, 미세하게 연결되어 시작과 끝으로 향한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여러 감정을 다양한 형식으로 연결해서 음악으로 형식화한 특징도 지닌다. 중심을 이루는 곡조는 아프로 비트와 일렉트로닉, 앰비언트, 그리고 스페이스록에서 차용된 결이다. 수록곡은 우아하면서도 어둡고, 잔잔한 듯 격정적인 음의 파편이 고르게 흩날린다.(‘IAAM’, ‘feelslikeimfallinginlove’, ‘We Pray’, ‘Aeterna’), 그리고 서사적이면서도 단출하며(‘Moon Music’ ‘All My Love’), 형이상학적인 듯 자유롭다.(‘Alien Hits/Alien Radio’, ‘Jupiter’)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펼쳐지는 2025년, 대한민국에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공연장이 위치한 일산의 킨텍스 주변에는 한창 건설 중인 여러 건물들이 완성되어 각 지역에서 올라온 관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Moon Music]의 수록곡을 비롯해서 과거의 여러 히트곡을 연주하면서 전할 콜드플레이의 메시지가 무엇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