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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앞에 담배꽁초는 누가 치우나 내가 치우지

by 조매영

현관문 앞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었다. 담배꽁초를 주우며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을 생각했다.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있냐.


에세이를 쓰는 일은 과거에 내가 어지럽혀둔 기억을 현재의 내가 수습하는 작업 같다. 치우는 사람도 어지럽힌 사람도 분명 난데 뭔가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왜 이렇게 과거의 나는 대책이 없던 걸까. 매번 글을 쓸 때마다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 같다.


담배꽁초를 버리다 할머니가 생각났다. 잠시 함께 살던 시기에 할머니는 한적한 날이면 길가에 나가 담배꽁초를 주웠다. 조그마한 상자에 담배꽁초를 모아놓고 담배가 떨어진 날에는 그것을 피웠다.


내 기억 속에서 할머니는 항상 담배를 피우고 계셨다. 돌아가신 것도 담배를 피우시다 담뱃불이 이불에 옮겨 붙어서였다. 너무 어려 나는 장례식도 참여하지 못했었다. 안장하러 친척들이 모두 시골에 갔을 때 큰집에서 나는 나이차 많이 나는 사촌누나와 함께 있었다. 누나가 친구에게 통화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어머니가 할머니에게 구하려다 앞머리를 태워먹었다고 했다. 할머니는 형태도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슬프다고 했다.


어렸지만 사촌누나가 이상하다 생각했다. 큰집은 기저귀를 차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옥탑방에 모셨다. 할머니 냄새만 맡아도 인상을 쓰던 누나였다. 죽음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다. 다만 죽음은 싫어하던 사람도 슬프게 만든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어지럽혀진 감정을 주워 그 날의 감정은 이랬다. 저랬다. 이름을 붙여줬다. 정리 좀 하고 살지. 어린 날의 내 등짝을 때리고 싶다. 그래도 이해해야겠지. 메모나 일기를 쓰기에도 너무 어린 시절이었다. 정리된 감정을 마음 한편에 잘 정리된 수건처럼 쌓아둔다.


집에 들어와 연습장을 꺼낸다. 남의 집 현관문 앞에 담배꽁초 버리지 마시오. 최대한 험악한 글씨체로 써서 현관문에 붙여놓는다. 그래도 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있겠지. 그다음은 마땅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CCTV를 설치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어쩌겠나. 치워야지 뭐.


현재의 삶 앞에 과거의 기억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지 마시오. 과거의 나는 겁도 없이 또 던져 놓겠지. 타임머신도 없는데 어쩌겠나. 나는 그걸 또 정리해야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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