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일 때로 기억한다.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퇴근하는 엄마와 같이 집에 가는 길이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떡꼬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돈이 없다고 했다. 생떼를 부렸다. 10분 거리를 한 시간 동안 걸었다. 엄마는 마음대로 하라며 혼자 앞서 가려할 때에는 치마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드러누웠다.
한참을 그렇게 대치하는 사이 중년의 남자가 친한 척 우리에게 다가왔었다. 그는 내게 다정한 목소리로 훈계했다. 엄마에게 버릇없이 그러면 안된다고. 엄마는 자신의 편이 생긴 것이 반가웠는지 웃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내 목을 감쌌다. 그리고 가볍게 들어 올렸다.
숨을 쉴 수 없었다. 허우적거려도 바닥도 그에게도 닿지 않았다.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엄마는 그제야 이상하다 느꼈는지 남자의 팔을 잡고 말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감싸던 두 손을 놓았다. 나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울음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아무렇지 않게 멀어졌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엄마도 나도 몰랐다. 우리는 더 이상 다투지도 않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도망가기 바빴다.
25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나 혼자 불현듯 떠오른 일이다. 그래서 엄마도 기억할까 전화해 물어보니 잊지 않은 일이다. 엄마는 그와 내가 아는 사이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고는 들을 리 없는 그에게 온갖 욕과 저주를 퍼부었다.
요즘 폭력이 이슈다. 폭력에 대한 글이나 영상을 찾아봤다. 가해자를 욕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지만 피해자에게서 폭력의 원인을 찾거나, 당시에는 가만히 있다 왜 이제 와서 이슈화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피해자를 탓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엄마에게 생떼를 부려서 폭행을 당한 것 아니냐며 화낼 것 같다. 가해자에게 감정 이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년의 남자도 혹시 댓글 단 사람 중에 있지 않을까.
당신이 아니라 엄마에게 잘못했던 거라고, 우리는 그때 미처 대처하는 방법을 몰랐다고, 힘이 없었다고,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되뇌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댓글을 마주한다.
목이 욱신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