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근처 민통선 초소에서 군 복무를 하던 날 중 하루였다. 폭우가 온 다음 날이었고 북한에서 목함지뢰가 떠내려 왔다는 소식을 들은 다음 날이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다리에 나란히 서서 물줄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폭우로 인해 북한에서 시체가 떠내려 오고 있다고 시체를 찾아야 한다는 상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물결은 모두 시체 같았다. 확인하려고 집중하면 이미 지나가고 없었다. 수시로 누군가 무엇을 발견했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았다. 강물 소리 때문에 모두가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에서 죽으면 그렇게 끔찍하다던데 우리가 수습할 수 있을까. 정말 누군가 무엇을 발견했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무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다. 죽은 당사자도 자신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두 시간을 내리 강물만 바라봤다. 시체는 다른 부대가 발견했으니 철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시체는 군인이 아니라 민간인이라고 했다. 우리는 오와 열을 맞추며 막사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선임 중 한 명이 휴가가 날아갔다고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일 겁쟁이 선임이었다. 진짜 시체를 만났으면 거품을 물고 쓰러 질 사람이 그러니 기도 차지 않았다.
다음 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초병 근무를 내리 6시간을 섰다. 군단장 헬기가 우리가 근무하는 민통선 초소를 지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후임에게 군단장 헬기가 지나갈 때 큰 소리로 경례를 하면 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도 언젠가 선임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후임은 휴가라는 소리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이등병 때는 믿게 되는 걸까. 생각해보면 어제 시체를 찾는 것이 더 휴가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해주니 후임은 몸서리를 치며, 시체를 보면 휴가 날짜보다 트라우마가 더 길 것 같다고 했다. 후임에게 배부른 녀석이라고 타박하니 군기 든 척을 했다. 살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는 기분 좋게 한 마디 하고 자세를 바로 했다.
맞다. 죽은 사람이 우리에게 보상이 된다니 얼마나 끔찍하냐.
우리는 부조리함 속에서도 사람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