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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에 목메어 본 적 있으신가요.

by 조매영

선배가 없는 신설 중학교라는 것에 대한 두근거림은 잠깐이었다. 막상 학교에 가니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교복도 정해지지 않아 사복을 입어야 했고 급식 업체 또한 정해지지 않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녀야 했다

나는 매일 옷과 도시락 때문에 심난했다. 친구들이 사복과 도시락 반찬을 자랑할 때면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양호실에 갔다. 무료급식 대신 양호실에서 김밥을 받았다. 김밥은 검은 봉지에 담겨 있었다. 검은 봉투인 이유는 마땅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이라는 표시 같아 보였다.

나는 그것을 들고 빈 교실을 찾아다녔다. 1학년밖에 없는 터라 빈 교실은 많았지만 열려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빈 교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들어온 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문 바로 앞은 밖에서 교실 내부를 봤을 때 사각이었다. 친구들이 나를 발견할까 두려웠다.

검은 봉지 안에는 김밥뿐만 아니라 요구르트도 하나 들어 있었다. 나는 김밥을 입안에 욱여넣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욱여넣었다. 김밥은 일반 김밥이 아니라 참치 김밥이나 소고기 김밥이었지만 남자아이가 혼자 먹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삼키기도 벅찰 정도로 머금고 있던 김밥을 요구르트로 삼키면 식도만이라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난은 슬픔이 목메는 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음식으로 목메는 일이기도 한다는 것을 김밥을 먹으며 배웠다.


친구들이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빈 교실이 모여 있는 복도를 걸었다. 유령처럼 배회했다. 오래된 학교의 전설 속 유령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친구들이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나도 뛰어 나갔다. 축구를 하고 들어오면 배가 고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축구를 나가면 친구들처럼 도시락을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나간 거라고 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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