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침 일기

나는 곰보빵이며 쾌변입니다.

by 조매영

3월 6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아침밥으로 곰보빵을 먹었다.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 곰보빵을 유난히 많이 먹었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반으로 자른 곰보빵의 속은 부들부들했다. 아무리 센 척을 해도 속이 약한 것은 곰보빵 때문이 아닐까. 먹고 나니 상 위에 쿠키 가루가 난장판이다. 손 날로 그러모아 손바닥에 담았다. 먹을까. 말까. 평소 같으면 고민 없이 입에 털어 넣었겠지만 생일날에 그러려고 하니 구차한 기분이 들었다. 쓰레기 통에 넣기로 했다. 일어나 쓰레기통으로 향하는데 지나는 자리마다 난장판이다. 정리를 잘 못하는 것도 곰보빵 때문인 것 같다. 먹고 마신 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엄마가 바게트나 크림빵을 자주 먹었다면 어떤 내가 태어났으려나. 굽힐 줄 모르는 나와 옆구리 터진 내가 떠오른다. 바게트나 크림빵이었으면 유년에 살아남기 쉽지 않았겠다. 적당한 맵집과 적당한 부드러움 아무리 생각해도 곰보빵이 최적인 것 같다.




생일 전 날 내시경 검사를 했다. 위, 대장 내시경 검사를 웅크려 누운 채 대기하며 옆 자리에서 헛소리 하는 것을 들었다. 비몽사몽 아프다는 말과 그러시면 검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말이 뒤엉키는 것을 엉덩이 깐 채 들으니 눈물이 났다. 남 일이라서 웃기고 날 일 같지 않아서 비참했다.


약을 넣는다는 말을 듣고 눈을 뜨니 끝나 있었다. 헛소리 하지 않았냐고 묻고 싶었는데 묻지 못했다. 그게 헛소리 같아서였다. 일어나 탈의실로 향하는데 몸은 자꾸 마음보다 한 템포 느리거나 빨랐다. 스무 살 때 술을 잔뜩 먹었던 날들이 떠올랐다. 축지법 쓴다고 좋아했었지. 아프고 나선 그렇게 마신 적이 없던 터라 웃음이 나왔다.

진료실에 가니 위에 염증이 심한 편이라고 했다. 위와 장에서 하나씩 조직을 떼어 조직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나머지 설명은 생각나지 않는다. 내 내장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진짜 내장이구나. 내 속이 저렇게 생겼구나. 생각보다 깨끗하네 속으로 중얼거리다 보니 진료가 끝나 있었다. 로비로 나오고 나서야 조직검사를 한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걱정해 봤자 마땅히 할 질문은 생각나지 않았다. 별로 심각하지 않다는 듯한 의사 선생님의 억양만 기억하기로 했다.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 골목이 내장 같다. 나는 똥인가? 집에 놓여 있는 일은 변비가 되는 일이 아닐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걱정했던 것보다 별 거 없었지. 보호자를 데리고 가야 한다는 말들 많이 하던데, 데리고 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혼잣말하며 허무한 감정을 숨겼다. 졸렸는데 눈을 감지 못했다. 눈을 감고 뜨면 내시경실일 것 같았다. 헛생각을 그렇게 해댔는데 그게 마취 중 꿈이라면, 그러면 진짜 보호자가 필요할 것 같긴 하다.


천장만 멀뚱 거리며 바라봤다. 살기 위한 것과 아프지 않기 위한 것은 다른 것 같다. 참 나도 살기 위해서 별 짓을 다한다. 아니 아프지 않기 위해선 별 짓을 다 할 수 있지. 항상 나는 쾌변으로 존재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지구는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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