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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07. 2024

똑똑한 개를 키웠다.

중학교 1학년 때.

 현관문 앞에 섰다. 문 긁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허스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동생이 아무리 이름으로 부르라고 해도 허스키라고 불렀다. 정이 들고 싶지 않았다. 문에 귀를 댔다. 물 끓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허스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허스키는 오드아이였다. 눈의 색은 달랐지만 한결같이 멍청하고 아름다운 눈이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눈이었다.


 문을 열었다. 움찔했지만 치대는 것은 없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다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물이 끓고 있을 곰솥도, 핏물을 빼기 위한 흰 대야도 보이지 않았다.


 가방도 벗지 않고 마당을 서성거렸다. 허스키를, 허스키였던 것을 기다렸다. 아빠가 들어왔다. 빈 손이었다. 개는 어디 갔냐고 왜 빈손이냐고 묻고 싶었다. 그럴 수 없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는 쥐처럼 방으로 들어갔다.

 

 빗자루가 날아왔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덜 맞기 위해 신발을 들고 도망쳤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집 주변을 서성이다 동생을 만났다. 동생이 태풍이는 도망갔다고 했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갔다고 했다. 동생은 울지 않았다. 나도 울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제 의지로 뛰쳐나간 것은 사람까지 포함해 태풍이가 처음이었다. 멍청하고 아름답던 눈으로 언제부터 그런 결심을 숨기고 있었을까. 용기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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