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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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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13. 2024

귀찮아도 버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아침밥으로 엄마가 끓여두고 간 김치찌개에 밥을 말았다. 선 채로 한입 뜨니 정직한 맛이었다. 김치와 삼겹살을 물에 넣고 끓인 맛만 났다. 정직하게 맛이 없었다. 집에 조미료가 없던 것이 생각났다. 엄마가 김치찌개를 끓이며 뭐라 뭐라 했는데 그게 조미료가 없다는 말이었을 줄이야.


 버리려고 했는데 남은 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한입 먹었다. 저절로 허공을 보게 된다. 공허한 맛이다. 결국 냉동고에서 소스 닭가슴살을 하나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미리 해동을 시켜놓지 않은 탓에 오래 돌려야 했다. 싱크대에 김치찌개 국물을 덜어냈다. 돼지기름 때문 인지 밥에 윤기가 돌았다. 


 포장지를 조금 뜯어서 넣어야 했던 것을 깜빡했다. 닭가슴살을 꺼내다 소스를 흘렸다. 바닥에 흘린 것뿐만 아니라 양말에도 흘렸다. 대충 양말을 벗어 바닥에 흘린 것을 닦아내고 세탁기에 던져 놓았다. 


 바닥에 두고 먹을까 하다 상을 펼쳤다. 밥이 느끼했다. 닭가슴살 중 소스가 매운 것을 선택하길 잘했다. 밥을 먹으면서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냄비를 봤다. 처리 방법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았다. 저것도 양말로 대충 처리할 수 있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을 텐데. 


 퇴근하고 돌아올 때 연두랑 국간장을 좀 사 와야겠다. 안될 놈이라고 해서 버리기만 한다면 나는 진작에 버려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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