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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14. 2024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던 감정을 만났다

 정신과에서 진료는 받지 않고 저번과 같은 약의 처방만 받았다. 증상이 악화되었지만 진료를 받을 시간이 없었다. 약국에서 한 달치 약을 받아 자전거에 올랐다. 


 대형 병원을 지나던 중 브레이크를 잡았다. 자전거에서 내려 장례식장 앞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을 바라봤다. 뒤엉키고 무너지고 휘는 감정 사이에 익숙한 감정이 하나 보였다. 갈피를 못 잡고 가만히 서 있는 감정 하나. 내 것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일을 하며 갔던 사망자를 이송했던 장례식장이 저곳이었다. 트럭 뒤에 숨어 방역복을 입었다. 방역복을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보이는 곳에 방역복을 입다가 민원을 받은 적도 있었다. 


 운구차가 들어왔다. 장례지도사가 관을 꺼내 안치실로 향하면 우리는 그 뒤를 따라 약을 뿌렸다. 멀리서 구경하던 사람들에겐 숨어있던 바이러스가 숨어있는 바이러스를 죽이려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정전이 된 몸 안에서 바이러스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일상이 무너졌다고 자책하고 있었을까. 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망자 수가 늘어날수록 일거리가 늘어나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정말 바이러스를 닮아가는 것 같아 두려워졌지만 먹고살기 위해선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통곡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장례식장 앞은 추모객으로 인산인해다. 장례식장 앞에는 고인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약을 뿌리던 우리는 더 이상 없다. 슬픔 대신 공허함만 남았던 풍경도 이제는 없다. 낯선 이들의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잊었다 생각한 감정도 떠밀려왔다. 코로나도 잊혀 가는데 너는 그대로구나. 나를 살리기 위해 메말라야 했던 감정이다. 슬픔 사이에서 당혹스러웠겠다. 돌아가자. 집에 가서 메마른 감정에게 물도 주고 약도 줘야겠다. 그날들을 떠올리며 같이 울며 웃고 무너지다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건강을 찾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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