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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15. 2024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법

 눈이 저절로 떠졌다. 공포가 밀려왔다. 잠든 기억이 없었다. 거기다 아무 꿈도 꾸지 못했다. 수면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처럼 죽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엄마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를 찾았다. 


 분명 엄마라는 발음에는 진정제 효과가 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을 때에도 홀로 앓으며 밤을 지새울 때에도 엄마를 부르면 놀라거나 두려운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마음이 진정되니 휴대폰부터 찾게 된다. 머리맡을 더듬거린다. 역시나 잡히는 것이 없다. 항상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고 자는데 단 한 번도 머리맡에 그대로 있던 적이 없다. 베개 밑에 손을 넣어봤다. 휴대폰이 있다. 내가 죽은 줄 알고 무서워 숨어 있던 것 같다.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있었다. 저장되어 있지 않는 번호였지만 단번에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번호다. 아빠다.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두어 번 울리다 아빠 목소리로 바뀌었다. 인사도 없이 본론부터 말했다. 무슨 일로 전화를 했냐고 물었다. 아빠는 전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 정말 전화 한 적 없다고 믿는 목소리였다. 부재중 전화가 왔다고 말하려다 말았다. 알겠다고 하고 끊었다. 벨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잠을 깊게 들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죽었는데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서 살아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에서 풀냄새가 났다면 사람들은 믿을까. 나물 캐러 갔냐고 물으니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는다. 풀냄새가 났다고는 말할 수 없어서 그냥 그럴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도 쑥을 캐러 왔다고 했다. 빨리 전화를 끊고 쑥을 캐고 싶은 것 같아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도대체 쑥버무리가 얼마나 맛있길래 쉬는 날마다 쑥을 캐러 가는 걸까.


 일어나야 한다. 밥을 먹고 텃밭에 가서 물도 주고 잡초 정리도 해야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에 비가 온다고 되어 있다. 텃밭은 내일 가도 되겠다. 밥 차려 먹기 귀찮다.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조용하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외에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동네가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다. 혹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지막이 아빠를 불러본다. 


 짜증 나는 것을 보니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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