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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16. 2024

이승은 어딜 가도 유령 도시가 되었어.

 얼핏 들으면 허밍 같기도 한 네 노래를 들으며 편지를 쓴다.


 아직도 나는 네가 녹음해 준 노래 제목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음악 찾아주는 프로그램도 소용없더라. 잠깐 살아날 생각은 없냐. 발음을 흘리지 않고 불러주면 안 될까. 발음을 유령처럼 흘린 탓에 자꾸 네가 어딘가 살아 있을 것만 같다.


 네가 죽고 난 후 세상이 많이 변했다. 죽음만 세상에서 제일 명확해졌다.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는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맞다. 멍청한 소리다. 멍청한 소리여야 했다. 죽음 앞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유령이 되었다. 책임을 물을 대상은 분명했는데 잡히는 사람 하나 없었다.


 너는 그곳에서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냐. 아니다 너는 천재니까 글을 쓰고 있겠다. 작가들과 토론도 하고 말이지. 나는 살아서 글을 쓴다. 천재가 아니라서 그런가. 글을 쓴다고 쓰니 눈물이 난다. 나는 아무하고도 토론하지 않는다. 그래도 글을 쓸 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긴 한다. 초점이 자꾸 엇나갔다. 내가 쓰는 것은 모두 유령처럼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갈수록 소리 지르길 좋아한다. 희미해져 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거겠지. 다음에 편지를 쓸 때면 네가 여기에 있고 내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편지를 쓰기 전까지 네 이름을 까먹고 있었다. 너에 대한 기억이 많이 희미해졌다. 네가 발음을 흘려서 그렇다. 아마 서로 위치를 바꿀 때 내가 제일 앞장설 것 같다. 너는 그곳에서 제일 끝에 있겠지.


 나는 그때 너를 잊고 있을지 모른다. 서로 위치를 바꾸기 위해 이동할 때 넌 까먹지 말고 인사해 주라. 내가 못 알아보고 당황해한다고 욕하지는 마라. 이승은 벌써 가족도 잊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단다. 위치를 바꿀 때 즈음이면 스스로까지 잊고 지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조금은 이해해 주면 좋겠다. 명치 때릴 생각은 하지 말고. 명치 때린다고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튼 조만간일 것 같다. 그동안 잘 지내길 바란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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