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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17. 2024

고양이를 묻어주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골목을 배회하다 죽은 고양이를 본 적 있다. 온전한 형태로 눈을 꼭 감고 있어 얼핏 보면 방심한 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 등을 어루만졌다.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았다. 손 끝에 닿는 느낌이 허무했다. 아무 저항도 느낄 수 없었다.


 하늘을 봤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였다. 지붕 위에 죽은 고양이와 같은 색, 같은 무늬를 가진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태양을 등지고 있는 고양이는 신성해 보였다. 고양이는 죽으면 하늘이 아니라 지붕에 머무는구나. 고양이 영혼이 하품을 했다. 평화로웠다. 죽음도 별 것 아니라는 것처럼.


 죽은 고양이를 묻기 위해 뒷산까지 들고 갔다. 마땅한 도구가 없어 돌멩이로 흙을 팠다. 고양이가 누울 정도의 공간을 파는 데 한나절이 걸렸다. 두꺼비집 만드는 것 같네. 혼잣말을 하며 고양이 위에 흙을 올리고 토닥였다. 흙을 올리고 토닥이기를 반복했다. 고양이를 눕히고 흙을 덮는 데는 금방이었다. 다 만들고 나니 입구를 만들까 고민이 들었다. 고양이 영혼이 심심하면 몸에 들어가 놀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지붕이 없었다. 울창한 나뭇잎 너머에서 새소리만 들려왔다. 고양이 영혼이 있을 곳이 없어 보였다. 혹시나 내가 뒷산에 데리고 와서 고양이 영혼이 화가 났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다시 땅을 파서 골목에 둘 수는 없었다. 힘껏 뛰어 집으로 도망쳤다. 이불속에 숨어 손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죽은 고양이를 만지던 촉감이 그 허무함이 아직도 손에 머물러 있었다.


 아빠가 이불속에 숨어 있는 나를 걷어찼다. 아빠는 고양이도 아닌데 왜 나를 때리는 걸까. 알 수 없었다. 덜 맞기 위해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저주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죽은 고양이처럼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허무가 내 속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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