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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y 24. 2024

어른의 나이가 되어버렸다.

 동생이 처음 안경을 쓰던 날을 기억한다.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 텐데 나는 그날 다락방에서 울었다. 안경을 쓴 동생은 안경을 쓰지 않은 동생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괜히 서러웠다. 지금은 동생이 라섹을 한다 해도 모를 것이다. 일 년에 카톡도 한 번 하는 걸.


 3살 4살 터울인 동생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놀란다. 얘들이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다. 자주 연락을 하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막내는 가라는 어린이집은 안 가고 학교를 쫓아왔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십 대 후반이라니. 동생이 안경을 처음 쓰던 것을 본 날도 이런 기분이었겠지. 눈물이 조금 났다.


 동생의 나이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내 나이도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다. 친구들을 만나 우리가 생각했던 30대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경제적인 것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것도 그렇고 우리가 생각했던 30대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 가난했다. 어릴 적에 바라본 30대는 어른이었는데 아직도 우리는 동경할 어른을 찾고 있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존경하는 교수님은 20살부터 다시 한 살을 시작하는 거라고 하셨었다. 그래서 무엇을 실패해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결국은 걸음마를 뗄 것이라 격려도 해주셨었다. 그럼 나는 이제 15살인 건가. 문제다. 나는 아직도 걸음이 서툴다. 


  40대에도 어른을 찾을 것 같다. 친구들과 또 말하겠지. 우리가 생각한 40대는 이런 게 아니었다고. 뒷걸음질 쳐봐도 시간은 앞으로 간다. 생각은 멈춰있는데 몸만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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