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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un 17. 2024

영웅은 고독하다

 초등학생 저학년인 그는 놀이터에서 또래의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원숭이처럼 미끄럼틀에 매달리거나 뛰어내렸다. 그는 미끄럼틀을 제대로 타는 방법을 선보이고 싶었다.


 그는 안녕이라는 말을 알사탕처럼 입 안에 굴리고 있었다. 또래에게 안녕이란 인사는 파티장 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은 열쇠 같은 것이다. 그는 안녕이란 말을 머금는 것을 좋아했다. 파티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두근거림이 좋았다.


  그는 인사를 하지 않고 골목으로 돌아섰다. 인사를 하는 일은 알사탕을 깨물어 먹는 일과 같았다.

  강렬한 맛이겠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그는 골목에 앉아 대로변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태권도 차가 지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도복을 입은 또래의 아이가 차에서 내려 절도 있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더 깊은 골목에 들어가 혼자 그 모습을 따라한 적도 있었다.


 어느 날 그에게 동네 동생이 한 명 생겼다. 평소처럼 놀이터에 앉아 안녕이란 말을 이리저리 굴리며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 동생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통에 안녕을 깨물어 발음하고 만 것이다.


 동생은 양복점 아들이었다. 동생은 옷을 잘 입었다. 동생은 웅변학원에 다녔다. 동생은 유쾌했다.


 그는 그런 동생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동생에게 죽은 고양이의 유령을 봤다고 말했다. 자신이 선택받은 용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에 자신이 저주받은 것이 아닐까 두려워했었다. 더 전에는 날기 위해 무릎 높이에서 뛰다 머리도 깨졌었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이 선택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동생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을까 동생은 그가 거짓말을 말했다. 자신의 형에게 그의 신화를 말하자 비웃었다고 했다. 그는 아니라고 나는 정말 죽은 고양이를 봤다고 선택받았다고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피했다. 동생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골목보다 더 깊은 골목으로 뛰었다. 태권도 차가 보이지 않는 골목이었다.


 그는 선택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무술 같은 것도 연다. 혼자 허공을 차고 때리다 주저앉아 울었다. 아무리 반복해도 어색했다. 그는 때리는 일보다 맞는 일에 익숙했다. 그는 침을 뱉었다. 그는 이상 놀이터에 가지 않기로 했다. 입안에 인사말을 모두 뱉겠다는 듯이 침을 뱉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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