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깼다. 일어날까 하다가 그냥 있었다. 천장을 바라봤다. 가슴이 아려왔다.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했다. 아랫집이 새벽부터 굿을 할 일은 없을 텐데 왜 이럴까. 온갖 것들이 마음을 헤집고 있다. 조금 우울하다. 우울하다고 쓸 수 있다면 우울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던 친구가 있었지. 정말 우울하지 않은 걸까. 배고픔 중에 거짓 배고픔이 있다는데 우울감이라고 거짓 우울감이 없으란 법도 없겠지. 그래도 거짓 배고픔도 배고픔이고 거짓 우울감도 우울감이라 생각한다.
건강 검진을 조만간에 받아야 하는데 걱정이다. 병원에 아파서 가는 것보다 아프지 않은 채로 가는 것이 더 두렵다. 큰 병은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등장하니까 그렇겠지. 없는 병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평상시에 병원을 잘만 가시던 어르신이 검진을 받으러 가자면 한사코 거절하시는 영상을 봤다. 죽음도 죽음이지만 돈과 그로 인해 생기는 트러블이 걱정일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아직 검진도 받지 않았는데 오만가지 다 생각하네.
글을 쓰기 위해선 습관이 중요하다는 글이 많이 보인다. 의자에 앉는 습관은 중요하다. 거기까지다. 의자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는 습관을 배반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쓰는 구성, 문장, 단어는 발전을 멈추게 한다. 많이 쓰는 것만큼 자신을 배반하며 쓰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틀에 갇혀 우울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