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反射)

3) '집착' 극복하기.

by 경자호

극복하기 위해 마주 봐야 한다.

마주 보기 위해 용기 내어 포장을 뜯는다.

꼼꼼히 포장된 '집착'이란 상자를 열고 나니,

컴컴한 상자 속엔 '걱정'과 '기대'가 있다.

집착의 정체가 너희였구나.


걱정돼서 집착했구나.

기대해서 붙잡았구나.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했다.

실망으로 끝날 일을 기대했다.


아마 결과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래서는 안 된다는 걱정에 눈을 감았다.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로 귀를 막았다.

그렇게 3년을 더 끌었다.

결국 정해져 있던 낙제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그렇게 회사를 정리했다.


선택하지 못한 결말을 억지로 결정하고,

한동안 알지 못할 감정에 시달렸다.

머릿속 냉철한 이성이 그려주는 따뜻한 미래도,

왜 그토록 불안하게만 느껴지는지...

다 집착 때문이었다.


기준이 나에게 없었기 때문에,

집착한 것이 아닐까?

조금 더 나를 바라보자,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났다.


나쁜 머리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집착을,

근원적인 감정으로 분해하고 나니,

이해할 수 있었다.

걱정과 기대를 내려놓자!

심연의 적막으로 가라앉는다.

집착했을 때는 알지 못했다.

이 적막함이 고요함이라는 것을...


다른 것을 붙잡고 있던 두 손의 중심에,

순순히 나를 올려놓는다.

소리 없이 충만하게 채워진다.


갈 곳 없는 일상에 당연한 듯 적응하며,

새로운 목표에 자신감을 불어 본다.

계속하면 되겠지?

기준 없는 일에 또 기대를 건다.

다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여물지 않은 기대를 떨리는 가슴 위에,

풋풋하게 올려놓고는,

작가가 되겠다는,

새로운 도전을 세상에 소리 없이 외친다.


마주 본 적 없던 글자 하나하나 주웠다가,

다시 내려놓는 연습부터 한다.

글을 쓰는 것도 힘을 빼는 거라,

새콤달콤 양념이 듬뿍 담긴,

단어들을 지우고 담백한 문장으로 담아낸다.

가장 맛있는 요리는 재료가 신선한 음식인지라,

어설픈 형용을 비운자리에,

담담한 진심을 채워 넣는다.


글을 쓴다는 것이 이런 기쁨인지 몰랐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던 집착을 버리고,

오로지 나를 위해 쓴다.

아니 그렇게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결말이 손에 올려질지 모른다.

내가 선택할 수도 있고,

또 억지로 결정할 수도 있다.

타인의 평가가 아닌,

나만의 결말을 열어둔 채로...


서울 한 구석,

모퉁이 돌아,

조용히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도서관,

텅 빈자리를 보고,

정말 비어있는 자리인지,

한참을 눈치껏 지켜보다 조심스레 앉아본다.

들릴 세라 살짝,

노트북 전원버튼에 검지 손가락을 올린다.

삐딱한 마음,

자세를 바로 하다 만든 소음,

나 홀로 놀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살핀다.


다시 적막감이 감돌고,

평일의 조용한 어느 도서관,

치열한 타자소리만이,

그들의 간절함을 증명하듯,

붐비는 열람실에서,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나만의 기준을 세우겠다고,

다짐하며,

다른 사람에 행여 방해될 세라,

눈치 한번 힐끗 보고,

타자에 손가락을 올린다.


집착을 놓지 못한,

일상을반사(反射)하자,

적막하게 비워진 공간에,

고요함이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