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反射)

4) '의미'의 의미알기.

by 경자호

처음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1월 1일을 기념해 정동진 해돋이를 보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야인이 된 지 두 달,

요일 계산이 희미해지더니,

날짜관념이 희박하다.

오늘이 1월 1일인 줄 알았다.

처음 2박 3일 속초여행이 잡혔을 때 기왕이면,

의미를 더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월 1일 해돋이를 보고,

새 출발을 다짐하자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가 되물었다.

"한해 마지막을 보고 싶다는 거지?"

그때 의미를 곡해했다.

"그래 마지막을 보고 새 출발 하자는 거지"

당연히 12월 31일 밤을 보내고,

1월 1일 보고 싶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여행지에서 12월 30일 새벽,

아파트 관리비 자동이체 될 날짜를 놓쳤다.

통장의 잔액을 확인하고,

통장에 예비금을 이체하려다 알게 되었다.

이날이 12월 29일이라는 것을...

다음날이 31일이 아니고, 30일인 것이다.


다음 날 아내에게 물었다.

"아니 오늘이 31일이 아니었어?"

"내가 물어봤잖아 마지막 해를 보고 싶은지?"

서로 다른 생각.

그렇다.

서로 다른 해석을 한 것이다.


30일 그러니까 내가 31일로 안 그날은,

차박을 하기로 했었다.

이때 강릉 숙박이 엄청 비싸고,

예약도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애초에 방을 예약할 생각도 없었다.

차박의 낭만에 의미를 가져보고자 결정했다.


1월 1일의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고,

2026년 새해 의미를 새기고자 했으나,

그게 아닌 게 되어버린 하루 전 오늘,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대로 해를 볼지 아니면 집에 갈지.


하루차이 태양은 그대로 일 텐데...

우리가 담은 의미가 서로 다른 것뿐이다.

전날 보나 다음날 보나 사람들이 느끼는,

가치 외에 물리적으로 다른 것은 없다.

가치는 마음에 있는 것이고,

마음은 먹기에 따라 다른 것 아닌가?


1월 1일이라 여기고 해를 보고자 했다.

차박을 하는 당일에도 그다음 날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새해의 소원을 하루 일찍 빌었다.

이 또한 마음먹기 달린 일이다.

하루 일찍 빌었으니 하루 먼저 들으시겠지.

생각해 본다.

원효대사 해골물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해는 똑같을 것이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내 마음도 똑같을 것이다.


의미 없는 '의미'에 의미를 두는,

일상을 다 반사(反射)하고,

원래 얻고자 했던 진짜 '의미'에 주목하자.

'1월 1일의 일출'이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

그 속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에 본질이 있다.

'12월 31일의 일출'을 보고 또 한 번 깨닫는다.

지금 떠오르는 저 태양이,

12월 31일의 것이 아니고 1월 1일의 것이라고,

내가 그렇게 여기면 그런 것이.

아내와 아이에게 마음을 바꿔보자고 이야기한다.

눈을 감는다.

'1월 1일의 일출'을 보고 소원을 빈다.


마음을 바꾸었더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