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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08. 2019

13. STEAM? PBL? 낯선 교육과 친해지면

문제해결력이 따라온다

지난 편 - 12. 코딩의 핵심을 모르면 부모도 아이도 삽질만 한다


코딩은 최근 의무교육이 되었다. 코딩 이전에 의무교육에 올라선 것이 있다. 바로, STEAM(스팀)이다. 스팀이라니? 스팀이라면 증기밖에 떠오르지 않는 우리 머릿속에 STEAM은 낯설기만 하다.      


STEAM? 넌 어디서 왔니?     


 STEAM은 융합인재 교육이다.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앞 글자를 딴 STEM에 예술(Art)을 더했다. 과학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교육이다. 2013년부터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적용되었다.

 STEAM은 부모에겐 당혹스럽다. 수학이면 수학, 과학이면 과학. 과목별로 분리해 교육받은 우리에게는 융합교육 STEAM이 잘 와 닿지 않는다. 게다가 예전에는 없던 기술(Technology)에다가 공대생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공학(Engineering)까지 배워야 한다니 황당하다.


 ‘STEAM = STEM + A’다. 그러니 STEAM에 앞서 STEM부터 알아보자. STEM 교육은 소련의 과학기술 발전에 자극받은 미국에서 태어났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위성을 우주에 쏘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곧 대륙을 넘어 미국에 미사일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미국은 위기를 느꼈다. 다른 나라와의 과학기술 격차가 줄거나 추월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미국 교육은 창의성과 흥미를 중시하였는데, 수학과 과학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수학, 과학, 문해력을 중시하는 2,000년을 위한 목표(The Goals 2,000)를 수립했다. 2007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STEM 교육을 위해 연방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STEM 교육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STEM 교육을 더욱 강화했다.     


일상에서 함께하는 STEM     


 STEM 교육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가 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어항의 물고기 키우기’다. 과학, 기술, 공학의 3단계로 STEM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과학(Science)의 단계다. 어항의 물고기에게 먹이만 주어서는 죽고 만다. 물속에 공기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사람도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으면 산소 부족으로 죽는 것과 같다. 아이는 여기서 과학을 접한다. 동물이 살기 위해서는 먹이와 호흡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더불어 물과 공기가 맞닿으면 서로에게 녹아든다는 과학 원리도 접한다.


 둘째, 기술(Technology)의 단계다. 물에 공기를 녹이는 기술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이해하는 단계다. 물에 공기를 녹이는 대표적인 기술은 폭포와 분수, 공기펌프다. 모두 물과 공기를 접촉시키는 기술이다. 폭포에서 물이 흘러내리며 공기와 닿는다. 분수에서 뿜어진 물은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공기와 닿는다. 공기펌프에서 나온 공기 방울은 수면에 떠오를 때까지 물과 닿는다. 여러 기술을 비교하여 가장 적합한 기술을 선정한다. 폭포와 분수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며 물에 공기를 녹이기보다 건조한 공기에 물을 녹이는 기술이란 것을 깨닫는다. 그 결과 공기펌프 기술을 채택한다.


 셋째, 공학(Engineering)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대형 수족관에서 쓰는 커다란 공기펌프를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렇다고 너무 작은 공기펌프를 사면 물고기가 산소 부족으로 죽고 만다. 이밖에도 여러 조건을 고려해 가장 적절한 용량의 공기펌프를 선정한다. 기술을 과대하지도 과소하지도 않게 적용하는 것이 공학이다.


 수학(Mathematics)은 과학, 기술, 공학의 전 과정에 녹아있다. 수학적 개념 없이는 과학, 기술, 공학을 이해할 수 없다. 먹이를 많이 먹을수록 물고기 배는 불룩해지고, 공기와 물의 접촉면적이 넓을수록 서로에게 녹는 양이 많아진다. 폭포와 분수와 공기펌프의 설치 공간의 크기를 비교하는 것도 수학이다. 그 외에도 모든 공학적 비교 과정이 곧 수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STEM 교육에 예술(Art)을 더해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인재를 추구한다. 예술(Art)을 흔히 전문 예술인의 음악과 미술 활동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예술은 일상의 모든 것이다. 한국교원대학교 백성혜 교수 등이 집필한 <융합 교육의 이해>에서는 예술을 다섯 가지로 나눴다. 미술(Fine Arts)은 그림, 조각, 음악, 건축, 시 등 예술에서 가장 폭넓은 영역이다. 언어(Language Arts)는 발표, 토의 등 의사소통 영역이다. 교양 및 인문(Liberal Arts)은 역사, 사회, 지리 등이다. 체육(Physical Arts)은 신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실과(Practical Arts)는 기술을 포함하는 실용적 영역이다. 사회 전반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이 예술인 것이다.      

아이의 밖이 아닌 안에서 시작하는 STEAM

     

 오해는 부작용을 부른다. 예술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에만 한정한다면 어떨까? 고상한 미술관, 음악회, 전시회 등에 아이를 밀어 넣으려고만 할 것이다. 이는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모도 인문과 고전을 알아야 한다며, 당신에게 논어와 맹자부터 마스터하라는 강요와 같다.

 예술은 삶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것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에서 진짜 교육이 시작된다. 고상한 클래식 대신 아이가 랩을 좋아한다면 랩을 실컷 하게 해주는 것이다. 랩 또한 운율이 있는 음악이다. 클래식은 너무 점잖아서 잠이 온다. 랩은 역동적이어서 빠르고 톡톡 튀는 걸 선호하는 아이의 특성에도 잘 맞는 음악이다. 랩을 좋아한다고 해서 랩만 듣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랩은 R&B 피처링을 포함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느리고 감성적인 음악으로 확장된다. 피처링에 참여한 R&B 가수의 앨범을 듣고 또 거기에 참여한 가수의 노래를 듣는 식으로 청취의 여정이 이어진다. 랩을 좋아하면 개사도 해보기도 하고 직접 랩을 지어 부르고도 싶어 진다. 운율에 맞춰서 랩을 짜야하니 어휘력이 향상되고 상대를 설득해야 하니 논리력도 향상된다.

 

 아이가 야구와 같은 운동 경기를 좋아한다면, 거기서부터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 야구 기사를 보면 다양한 통계가 등장한다. 타율이나 승률은 물론이고 WHIP이나 OPS 등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통계 수치가 등장한다. 아이는 이런 통계 수치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게 여기고, 수학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왜 통계가 유용하고 중요한지 이해하고 수학의 가치를 몸소 느낀다. 좋아하는 선수의 출전 여부는 물론이고, 그의 연봉까지도 통계 수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타자가 친 공이 어느 각도로 날아가야 홈런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지, 왜 투수의 공은 휘어서 날아갈 수 있는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과학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수학과 과학뿐이겠는가. 경기에서 등장하는 치밀한 전략을 현실의 상황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한 예로, 크게 이기는 경기에는 굳이 필승 계투조를 투입하지 않고,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는 선발 원투 펀치로만 경기를 끝내기도 한다. 삶에서 마주하는 상황에 완급조절의 전략을 구사하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 또한, 부상이나 슬럼프를 극복한 선수의 투지는 아이를 끓어오르게 한다.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와 한때 반짝인 선수의 상반된 모습에서 자기 관리의 중요성도 깨닫는다.


 지혜로운 부모는 강요하지 않는다. “여기가 더 좋고 더 높은 곳이야. 그러니 어서 여기로 오렴.” “그딴 음악 듣거나 운동할 시간이 어딨어? 그 시간에 한 문제 더 풀고, 한 쪽 더 읽어야지.”

 지혜로운 부모는 기꺼이 아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부모다. 아이가 랩이나 야구를 좋아한다는 의사 표현 자체가 STEAM 교육의 시작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이든 같이 듣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부모가 되어 보자.

 나 역시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갈 때마다 느낀다. 낮은 곳이라 생각했지만 낮은 곳이 아니었음을. STEAM은 사회 구석진 곳에 지루하게 박혀 있는 고상함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게 아니다. STEAM이야말로 아이의 흥미가 학습으로 자라는 교육이다.



다음 편 - 14. STEAM 교육을 실현하는 PBL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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