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달 May 09. 2019

14. STEAM 교육을 실현하는 PBL

지난 편 - 13. STEAM? PBL? 낯선 교육과 친해지면 문제해결력이 따라온다


STEAM 교육을 실현하는 PBL

     

 STEAM 교육의 목적은 현실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를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자연히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Project Based Learning)으로 이어진다. 프로젝트는 해결 절차나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일회성 과제다. 전에 없는 디자인으로 건물을 짓거나 불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의 경우다. 공장에서 반복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방식과는 반대로, 각자 혹은 팀이 스스로 해결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세계의 교육은 현실적인 복합 문제 해결에 주목한다. 앞 장에서 다룬 코딩도 우리가 수학, 과학을 배우듯이 코딩만 분리해서 가르치지 않는다. 영국의 코딩 교육을 들여다보자. 모바일 앱 만들기 교육과정은 6단계로 이뤄지고 매주 1시간씩 6주간 진행된다. 단계별 주제는 다음과 같다.

     

 1단계(앱 기획): 어떤 앱을 만들 것인가, 왜 만들 것인가.

 2단계(프로젝트 관리): 팀에서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가.

 3단계(시장 조사): 우리는 어떻게 앱을 차별화할 것인가.

 4단계(디자인): 앱의 메뉴는 어떻게 나누며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5단계(프로그래밍): 어떻게 프로그래밍해 앱을 완성할 것인가.

 6단계(마케팅): 어떤 마케팅을 해 시장에 앱을 퍼뜨릴 것인가.     


 영국은 코딩만 가르치지 않는다. 코딩뿐만 아니라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실제 앱 제작 회사의 업무 과정을 그대로 따른다. 현실의 앱 제작업체처럼, 어떤 앱이 필요한지,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차별화할지 그리고 어떻게 마케팅할지 문제 해결의 전반을 경험하도록 한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PBL     


 여러 선진국이 PBL을 한다고 해도 당신은 미심쩍을 것이다. 왠지 믿음이 안 갈지도 모른다. 이는 당연하다. 부정적인 과거 경험 때문이다. 우리 역시 PBL까지는 아니어도 학창 시절 조별 과제를 여러 번 겪었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성실한 팀원의 노력에 올라타 숟가락만 얹으려는 얌체족, 리더십의 부재로 지지부진하다가 졸속으로 마무리한 경험, 주제 선정부터 과제 해결까지 교사의 적절한 지도 없이 방치됨으로써 받은 중압감, 경험 학습에 치우쳐 이론 학습에는 부실한 기억 때문이다. 이는 PBL이란 개념조차 서지 않았을 정도로 조별 과제 교육이 성숙하지 않아서였다.

 

 PBL은 조만 짜 놓고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학습이 아니다. PBL에도 조건이 있다. 미국의 벅 교육협회(BIE; Buck Institute for Education)는 PBL의 7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어려운 문제 또는 질문’, ‘지속적인 탐구’, ‘실제성’, ‘학생의 의사와 선택권’, ‘성찰’, ‘비평과 개선’, ‘결과 공개’다. 과제는 몇 번의 협의나 조별 모임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현실적이고도 만만치 않은 문제를 지속해서 탐구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키운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탐구 활동이 효율적인지, 결과물의 수준은 어떤지, 장애물은 무엇이고 어떻게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었는지 등을 고려하며 성찰 역량을 키운다. 그리고 교사, 전문가, 멘토 등의 어른과 동료 학생으로부터의 피드백(비평)을 반영하여 개선한다. 마지막으로 결과물을 공개함으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다. 

 PBL은 아직 발걸음을 뗀 지 오래되지 않았다. 학교 일선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모범 사례 공유하며 성숙하는 중이다. PBL에서 중요한 것이 교사 역량이다.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기획할 수 있으며 적절한 개입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여야 한다. 지식 전달에 머무르는 교사는 미래의 인공지능이 아니라 현재의 인터넷 강의에도 대체될 것이다. 반대로 학생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적절한 피드백으로 PBL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사는 미래에도 견고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PBL이지만, PBL의 교육 효과를 믿고 교사와 함께 성장하자. “그딴 조별 과제는 엄마에게 맡겨. 넌 수학 문제나 하나 더 풀어!”라고 말하는 대신에, PBL이야말로 아이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임을 알자. PBL의 효과를 증명하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PBL의 교육 효과     


 벅 교육협회는 PBL의 강점으로, 문제 해결력, 책임감, 타인과의 협업능력, 독립성, 비판적 사고력, 자신감, 효과적인 시간 및 업무 관리 능력, 다양한 사람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을 꼽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PBL로 공부한 학생은 과학 성적이 높다. 미국 디트로이트 18개 공립중학교에서 2년간 연구가 시행되었다. 5천 명의 학생과 37명의 교사가 참여한 연구는 과학 수업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자전거를 탈 때 왜 헬멧을 착용해야 할까?>를 통해 물리를, <우리 동네 강물은 어떤 상태일까?>를 통해 생물을, <우리 동네 공기 질은 어떨까?>를 통해 지구과학을 공부했다. 이들은 기존 수업방식의 학생과 비교해 학업 성취도와 과학 탐구 기능 모두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PBL로 공부한 학생은 수학 성적 또한 높다.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수학 교수 조 볼러는 영국 노동자 계층의 자녀가 다니는 2개의 중학교를 대상으로 3년간 연구를 수행했다. 피닉스파크 중학교에서는 프로젝트 수업을 했고, 앰버힐 중학교에서는 기존 방식대로 교과서와 문제풀이 중심으로 가르쳤다. 피닉스파크 중학교의 졸업 성적이 더 높았다. 


 PBL은 배운 지식이 머리에 남는 진짜 공부다. 가짜 공부와 진짜 공부가 있다. 가짜 공부는 벼락치기처럼 시험 직전 단기간에 몰아쳐서 외우는 것이다. 시험장을 나서면 지식은 증발해버린다. 그리고 공부란 지긋지긋한 것이라고 딱지를 붙인다.(슬프지만 우리 얘기지 않은가?) 반면 진짜 공부는 머릿속에 지식을 오래 남겨 놓는다. 미국교육연구소(NTL; 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가 학습법에 따라 24시간 후 기억하는 비율을 측정했다. 강의 듣기 5%, 읽기 10%, 시청각 수업 20%, 시범강의 보기나 현장견학 30%, 토론 50%, 실습 75%, 다른 사람 가르치기 90%였다. 주입식 강의는 들을 때는 이해한 것 같아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PBL에서는 실습과 토론을 하기에 훨씬 더 많은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최적의 PBL 장소는 가정     


 미래 교육에 PBL은 필수다. 어떻게 아이가 프로젝트 기반 학습에 미리 적응하고 수행역량을 향상할 수 있을까? PBL을 익힐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가정이다.

 일은 두 가지다. 절차화 된 일과 절차화 되지 않은 일. 절차화 된 일은 직접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도 매뉴얼만으로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 연구개발 등 절차화 되지 않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는 어떤가? 숙련된 상사에게서 배운다. 어떻게 팀원과 협업할지, 어떻게 각자의 임무를 수행할지 등 절차화 되지 않은 일을 배운다.

 학교에서의 PBL은 한계가 있다. 팀원에 숙련된 상사는 없으며, 고만고만한 동급생으로 가득하다.(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학년과 저학년을 섞어서 진행하는 PBL도 있다) 교사는 현실적으로 모든 학생을 섬세히 챙겨주기 힘들다. 


 가정은 학교가 지니지 못한 장점을 가진다. 숙련된 부모의 섬세한 지도로 아이는 프로젝트 수행역량을 키울 수 있다. 가정에서의 PBL은 부모와 아이의 분업이 중요하다. 일단 위험하거나 아이 역량으로 안 되는 일은 부모가 전담한다. (직장에서도 신입사원을 위험한 현장이나 중요한 외부 회의에 투입하지 않지 않은가?) 칼이나 톱 등 위험한 도구는 부모가 대신 다루고, 아이가 좌절을 느낄만한 복잡하거나 섬세한 작업도 부모가 대신한다. 아이가 좌절하지 않고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작업을 조금씩 늘려주면 된다.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프로젝트를 추진해보자. 아이가 자라면서 책을 많이 사서 책장이 부족하다면, 책장 만들기를 해볼 수 있다. 필요한 크기의 책장 부품 패키지를 이케아나 인터넷 등에서 구입해 조립하는 단계에서 시작할 수 있다. 다음 책장을 만들 때는 점점 작업 범위를 늘릴 수 있다. 스케치하고 적절한 재료를 선정하고, 톱과 대패로 가공하고 조립해 페인트와 래커까지 칠하는 등 아이의 수행역량을 점차 키울 수 있다. 요즘은 목재 가공 기계와 장비를 갖춘 공방이 많다. 자주 쓰지 않는 비싼 공구를 사지 않고도 인근 공방을 검색해 이용할 수 있다. 

 집안에 어두운 곳이 있다면 조명을 추가할 수도 있다. 전파상에 가거나 인터넷에서 전구와 전구 소켓, 스위치, 플러그, 전기 테이프를 사면 된다. 단돈 만 원정도면 가능하다. 전등갓을 추가해 아이가 그린 그림을 덧붙일 수도 있다.

 유기농 재배를 과제로 선정한다면, 어떤 채소 씨앗을 살지, 화분을 살지 혹은 화단을 만들지, 어떤 흙을 써야 하는지 등 복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아이에게 직접 물과 거름을 주게 한다면 음식이 밥상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과 정성이 필요한지 깨닫는다. 음식을 버리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열매가 쉽게 열리지 않는 것임을 알아가면서 인내심을 기를 수 있다.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열매가 열린다면 아이의 마음에도 성취감의 열매가 맺힐 것이다. 



다음 편 - 15. 창의적인 답을 화수분처럼 내뿜는 아이의 비결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매거진의 이전글 13. STEAM? PBL? 낯선 교육과 친해지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