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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17. 2019

20. 미래가 요구하는 능력② : 자립력

“넌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해.” 

    

 한때 유행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명문대 입학의 3요소는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이다.’ 첫째, 엄마가 입학 제도와 사교육 정보를 발 빠르게 입수해야 한다. 둘째, 월급쟁이 외벌이나 맞벌이로는 비싼 사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 조부모의 재력이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사교육에 매몰되어 지쳐가는 아이를 보며, ‘그러다 애 잡겠다!’ 하며 말리는 아빠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에겐 믿음이 있다. ‘더 좋은 초등학교에 가야 더 나은 중학교, 더 뛰어난 고등학교, 더 훌륭한 대학에 간다!’ 그러니 아이를 몰아치기에 바쁘다. “너 벌써 성적이 이러면 어쩌려고 그러니!”

 과연 당장 더 나은 성적을 거둔다고 승승장구할까? 결국 명문대에 진학한다면 모든 게 해결될까? 우선 그렇게 승승장구해서 명문대를 간 사례부터 살펴보자.     

 2017년 7월 카이스트에서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과학고, 영재고 출신 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져 결국 3~4학년 때는 일반고 출신 학생에게 추월을 당한다는 것이다.


 · 1학년 성적: 영재고 > 과학고 > 일반고

 · 4학년 성적: 일반고 > 과학고 > 영재고 


 카이스트의 연구는 점잖은 편이다. 성적의 변화만 다루었으니까. 더한 경우도 있다. 바로 낙제를 다룬 연구다. 컬럼비아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아이비리그의 8개 명문대에서 한국인은 44%가 중도 탈락한다. 옆집 애가 입학했단 얘기만 들리고, 졸업했단 얘기는 안 들리는 이유다. 한국인의 탈락률은 전체 학생 평균인 34%보다 훨씬 높다. 아시아계인 중국(25%), 인도(21.5%)를 압도한다.


 부모의 신념을 저버리는 결과다. 부모는 관성의 힘을 믿는다. 잘하는 아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잘하고, 뒤처진 아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뒤처진다고 믿는다. 모두가 선망하는 선두 그룹을 질주하는 아이가 뒤처지거나 쓰러지는 것이 의아하다. 그들이 달려온 길은 우리가 알기로는 가장 정답에 가까운 코스다. 신념에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그 아이의 부모는 무엇을 간과했기에, 애지중지하며 키운 아이가 쓰러져버린 걸까?     


부모의 착각 : 교육에 정답이 있다?     


 부모에겐 신념이 있다. 시험 문제에 답이 정해져 있듯이, 아이 학업과 진로에도 정답이 있다고 믿는다. 정답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야 앞으로도 정답에서 멀어지지 않는다고. 지금 더 나은 결과를 얻어야 더 나은 미래가 다가온다고.

 신념은 강요로 이어진다. 아이의 성적표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뽑아내 아이를 쏘아본다. 더 나은 성적을 받으라고 다그친다. 더 나은 성적이 더 나은 학교, 또 더 나은 직장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삶은 어떤가? 아이를 닦달했더니 처음에는 말을 잘 듣는 아이가 반항아로 돌아서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한다. 부모의 간섭이 처음에는 더 나은 성적이라는 성공으로 이어졌지만, 나중에는 반항이라는 더 큰 실패로 끝을 맺는다.

 <엄마 반성문>의 저자 이유남 명신초등학교장은 전교 1등 남매를 키우는 남부럽지 않은 엄마였다. 그의 앞날에는 아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입학하는 영광이 예정되어 있는 듯했다. ‘ㅇㅇ대 입학을 축하합니다’ 현수막이 걸릴 날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기나긴 경쟁의 레이스 막바지에서, 고3 아들은 수능을 앞두고 자퇴했다. 연년생인 고2 딸조차 한 달 후 자퇴했다. 그리고 두 아이는 그 후 1년 반 동안 방에 틀어박혀 게임과 텔레비전에 중독되어 살았다.

 그녀의 교육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그녀는 실패의 원인이 자기 주도가 아닌 엄마 주도의 학습이라고 고백했다. 아이의 성취를 칭찬하기는커녕, 더 빨리 달리라고 재촉하기만 했다. 아들이 전교 1등을 해도 기를 죽여 놓았다. 

     

아들 : (전교 1등 성적표를 가져와) “엄마, 저 1등 했어요.”

엄마 : “야, 목소리에 힘 빼고 지난달 성적표 가지고 와.

   국어는 올랐네. 그런데 수학은 왜 떨어졌어? 너 수학 얼마짜리 학원 다니는 줄 알아? 과학, 사회는 왜 이 점수야? 평균 97점으로 1등 했다고 자만하지 마. 너희 학교 수준이면 강남 가면 중간도 못 해.”     

 유독 언어에만 약한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받아쓰기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받아쓰기 시험 전날이면 밤 10시가 넘도록 딸을 재우지 않았다. 아이의 마음을 할퀴는 막말이 이어졌다.     

엄마 : “너는 어떻게 한글을 모르냐? 너는 대한민국 사람 아니니? 다른 아이들은 그 나이에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도 읽고 쓰는데, 너는 어떻게 된 아이가 그 모양이냐?”

딸 : (울면서) “엄마, 졸려요. 졸려서 못 하겠어요. 재워주세요.”

엄마 : “지금 잠이 오니? 세수하고 와!”     


 그녀는 딸아이가 100점을 받아도 “너희 반 아이들 다 100점이지? 100점 몇 명이야?”라며 다그치기만 했다. 끊임없는 재촉과 무자비한 강압의 엄마 주도 교육은 결국 침몰했다.   

  

세계 교육이 주목하는 자립력     


 엄마의 정보력과 추진력이 아이의 성공을 결정하는 엄마 주도의 시대는 끝났다. 세계는 자립력에 주목한다. 자립력은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세계 교육은 자립력을 핵심 역량으로 여긴다. 우리나라 교육부는 ‘자아정체성과 자신감’, P21은 ‘진로와 자기 주도 학습’, ATC21S는 ‘삶과 진로’, OECD는 ‘자율적 행동’을 핵심 역량으로 선정했다. 각각의 역량처럼 보여도 2 가지로 묶을 수 있다. ‘회복탄력성’과 ‘자기주도력’이다.

 자신의 색깔을 인식하는 자아정체성과 그 색깔 그대로를 가치 있게 여기는 자존감에서 회복탄력성이 생겨난다.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는 시련을 극복해나가면서 꿋꿋이 성공 경험을 쌓는다. 축적된 성공 경험은 자신감이 된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며 진로를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

 

자립력 <미래 인재로 키우는 미국식 자녀교육법>



다음 편 - 21. 자기주도력 : 스스로 답을 찾는 아이는 부모에게 달렸다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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