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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달 May 31. 2019

25. 다친 마음 재정비하기-5부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처음에는 제 땅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마음대로 씨앗을 뿌렸죠.

하지만 제 땅이 아닌 곳은 물 한 방울 줄 수 없었습니다.

제 땅에 뿌려진 씨앗들이 알알이 튼실한 열매를 맺을 동안,

제 땅 밖의 씨앗들은 시들거나 쭉정이만 맺을 뿐이었어요.

이제 저는 제 땅의 경계를 알게 됐어요.

그렇지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경계에 심어진 씨앗이 잘 자랄수록

제 생명력은 더 커졌고

제 땅 또한 더 넓어졌어요.


 삶의 여정에 무기력은 큰 장애물이 된다. 대부분 신입사원의 업무능력 차이는 적다. 같은 정규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와 같은 입사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이들은 의욕을 유지한 채 업무성과를 달성하며, 어떤 이들은 열정을 상실하고 업무성과도 못 내며 마지못해 일한다.

 위 이야기에서 자신의 땅은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영역이다. 주도권이 높을수록 비옥하고, 주도권이 낮을수록 척박하다. 그리고 씨앗은 의욕이다. 회사에서도 자신과 동료의 담당 영역이 다르다. 비옥한 토지에 씨앗 하나를 뿌리면 수십수백 개의 씨앗을 얻을 수 있듯이, 담당 영역에 의욕을 심어야 업무성과도 달성하고 더 많은 열정을 얻는 선순환에 들게 된다.


 능력을 키우고 성과를 달성할수록 담당 영역이 확대된다. 땅의 경계가 고정된 것이 아니듯, 담당 영역 또한 지속적으로 변한다. 담당 영역의 변화를 잘 인지하고, 그곳에 의욕을 쏟자.


의욕 보호가 가장 우선이다


 의욕을 빨아들이는 황무지 세 곳이 있다. 황무지를 경계하지 않으면 소중한 씨앗을 뿌렸다가 잃게 된다. 그릇된 생각이 열정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하자.


 첫째, 동료와의 부대끼는 현실을 비관하면 의욕이 식는다. 각자 영역의 한계가 있는 회사의 구조적 특성을 알아야 한다. 주변인들과의 잦은 충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이 모이고(會) 또 모여서(社) 일을 하기에 ‘회사’다. 동료와의 잦은 다툼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동료를 원망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부딪힘으로 인해 자신이 몰랐던 것을 알게 될 때도 많다. 방해가 되는 걸림돌인 줄 알았으나 나를 성장시키는 디딤돌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둘째, 상사 탓과 자기 탓에 의욕이 소모된다. 상사가 왜 당신만을 탓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순된 상황에 빠져 있다. 당신이 일을 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주는 한계가 너무도 많다. 하지만 상사는 그런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당신만 탓한다.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관찰

자는 상황적 요인은 과소평가하고 행위자의 기질 요인을 과대평가하며, 행위자는 상황적 요인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업무성과를 달성하지 못했거나 지지부진할 때, 상사는 환경보다는 부하의 무능력을 탓하고 부하는 환경을 탓한다. 이것이 당신이 그토록 외부로 원망의 눈길을 돌렸던 이유이며, 상사가 주변에서 시달리다 녹초가 된 당신만 들볶는 이유다.

 자신을 탓할 필요도, 상사를 탓할 필요도 없다. 모두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당연한 일이다. 당신이 업무의 장애물을 내부가 아닌 상황에서부터 찾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일을 하기에 앞서 자기부터 의심하는,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어떠한 일도 성취하기 어렵다. 그러니 업무성과가 불만족스럽다고 자신감을 잃을 필요는 없다. 또한 상사가 문제의 원인을 우선 당신에게서 찾는 것도 당신이 못나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의해서다. 그러니 상사가 당신에게서만 원인을 찾지 않도록 평소 자주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자.


 셋째, 당신의 잘못된 태도가 의욕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업무를 시작할 때와 종료할 때의 태도는 달라야 한다. 기획안 작성 업무를 예로 들면, 기획안을 작성할 때는 꼭 채택되길 바라며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기획안을 완성한 후에는 채택되지 않더라도 경험을 쌓았다는 의의에 초점을 둬야 한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자. 반대로 기획안을 작성할 때는 경험이나 쌓는다는 자세로 설렁

설렁 임하고, 기획안을 제출하고 나서는 꼭 채택됐으면 좋겠다고 강렬히 염원한다면 본인은 물론 주변까지도 매우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담당 영역의 경계에 부딪힐 때마다, ‘내가 사장이었으면’ 하고 경영자를 부러워한다. 자신을 이리저리 치이게 만드는 거대한 조직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자기 마음대로 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각자 경계 위에서 살아간다. 직원은 동료와의 경계를 살고, 팀장은 다른 팀과의 경계를, 사장은 회사 안팎의 경계를 산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경계선은 더 길고 복잡해지며, 사람을 더 구속한다.


 자기 영역의 경계를 마음대로 넓히고 줄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기업의 회장이라도 선대 회장이나 이사회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왕이라도 충신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오래 버틸 수 없다. 다 자기만의 경계가 있다. 어떤 사람도 경계 밖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자기 땅의 경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마인드 프로그램의 합리성을 검증하는 질문인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인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내가 남의 땅을 부러워 말고 내 땅에서 내 씨앗을 정성껏 키우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러면 땅은 자연스레 넓어지고 열정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다.


일상으로 가는 첫 단계, 목표 세우기


수시로 훈수꾼들이 씨앗을 들고 찾아왔어요.

이곳의 기후에는 이 씨앗이 맞다고.

요즘에는 이 작물을 많이 재배한다고.

잘만 키우면 아주 그럴듯해 보일 것이라고.

손쉽게 키워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그때마다 그의 말대로 새 씨앗을 심다 보니,

기존에 뿌려두었던 씨앗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어요.

열매를 수확하기는커녕, 제대로 자라는 싹이 없었어요.

얼마 전 훈수꾼이 또 찾아왔어요.

항상 밀짚모자에 가려져 그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훈수꾼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어요.

어머나! 그는 프로크루스테스였어요.


 많은 현인이 말한다. “멀리서 구하지 말고, 현재에 만족하라.” 지금 여기에서 소소한 가치를 발견하라고 한다. 물론 새로운 것을 구하지 않고 현재 상태에서 만족하며 한평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높은 지혜다. 이슬만 먹고살 수 있는 도인이 된다면 불만 따윈 들어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는 이슬만 먹고 살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탈하게 직장을 다니면서 일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추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에서도 보람을 찾고 싶고, 월급을 모아 목표한 것들을 실현하고 싶다. 인생은 한 번뿐이다. 되돌릴 수 없는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실현해가지 못한다면 분명 후회로 남을 것이다. 단, 주의점이 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순간 현실과 이상 사이에 틈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이 간격을 벌려만 놓고 좁히지 않아 불행에 빠진다.


 이루고 싶은 목표가 떠올랐다면, 지체 없이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자.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바라보기만 하면 불행할 뿐이다. 당신이 목표를 가슴에 품는 순간,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가만히 서서 불행할 것인지, 한 걸음씩 내딛고 나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인간의 두뇌는 끊임없이 비교하도록 만들어졌다. 두뇌 여기저기서 갖가지 잣대를 들고 나와 현실과 비교해보고는 문제를 제기하고 불평불만을 터뜨린다. 이 목표는 이래서 안 되고, 저 목표는 저래서 안 된다고 한다. 사실 당신 마음속에 프로크루스테스는 한 명이 아니라 수없이 많다. 그들은 끊임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하나다. 수많은 프로크루스테스의 목소리를 가려가며 들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 중에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던 게 아닌 경우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원한 것만 추구하고 싶다면 목표 리스트를 만들자. 그리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각날 때마다 리스트에 추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현재 추진할 중요한 목표만 추려내자.

 목표를 실천하고 있는지를 계속 살펴보자.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 리스트에서 제외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목표들을 선별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으로만 채워진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다. 목표 리스트는 날이 갈수록 굳건해져서 좀처럼 순위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마인드 프로그램에서 판단 단계의 가치 기준을 견고하게 다지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프로크루스테스의 나불대는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그 자체보다 목표를 이뤄나가는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 목표라는 것은 현실의 한 상태(취

직, 진급, 집 구입 등)를 의미한다. 인생이라는 여정의 한 시점에 불과하다. 인생이란 여정은 무한히 많은 시점으로 이뤄진다. 목표 또한 여정이 끝날 때까지 무한히 바뀔 것이다. 목표를 하나라도 더 많이 이루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신기루를 좇아 목마름에 헤매는 일과 같다. 인생이란 시간은 유한하기에 모든 목표를 다 이룰 수는 없다. 목표를 하나라도 더 이루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더 적은 목표를 이루더라도 건강하게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기슭에선 정상만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사람이 더 빠르다. 하지만 보다 높이 올라가는 이는 상쾌한 공기, 맑은 새소리,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느끼며 오르는 사람이다. 목표 자체에만 집착하지 말고, 소중한 가치에 충실하며 목표를 추구하는 태도로 살아야 하는 이유다.


다음 편 - 26. 과거와 미래를 벗어나 현재에 살기


글로는 전하기 힘들었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강의 일정 : blog.naver.com/flship/2215002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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