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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와 납작 복숭아.그게 뭔데? 어떻게 좋아하는 건데

이것은 앞서 이야기한 무화과에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이다.


나는 마케팅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그러기엔 적절하지 못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딱히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없고, 사람을 대할 때는 숫기가 없으며, 흘러가는 세상에 살면서도 나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성격과 업의 특성에서 오는 괴리 때문에 어떠한 특이점이 생기게 되었는데, 업무상으로 트렌드는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그 시류에 공감이나 동조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나에게 혼란스러운 먹거리들이 생겼는데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무화과

-아보카도

-납작 복숭아

-공차(버블티), 흑당

-마라탕

-엽떡과 허니콤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나는 '거짓이 없는' 것을 굉장한 가치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순수함, 진실, 진심'이라는 것들에 호기심을 가지고 나의 바운더리 안에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포착되면 더욱 손에 쥐고 싶어 한다. 그런 면에서 어떤 젊은 친구들의 음식 사랑은 나의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이다.


무화과를 예쁜 그릇에 담아 햇살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아보카도에 빠져 집에 마켓컬리로 주문을 해서 먹으며(를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납작 복숭아의 추억을 사랑스럽게 되돌아보고, 퇴근길에는 버블티를 테이크 아웃하고, 친구와 마라탕 맛집이란 맛집은 이 잡듯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리고 엽떡과 최고의 조합은 허니콤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트렌드와 진심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무화과는 돈 주고 사 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고, 아보카도는 맛은 있지만 후숙 하는 것이 까다로워 항상 사기를 망설이다가 사지 않고 (냉동 아보카도는 사봤지만 더럽게 맛이 없었다), 납작 복숭아는 태어나서 만나본 적도 없으며, 버블티와 마라탕은 눈 앞에 있으면 먹지만 굳이 찾아가진 않고, 내 입 맛에 단짠 극강 조합은 엽떡+허니콤보가 아니라 뿌링클이라고 (이것들아) 생각한다.


친구들은 과연 저 음식들을 정말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유행을 선도하는 ‘본인들의 모습'이 좋은 것인가? 아무래도 세월의 꼰대 필터(?)가 씌워진 나에게는 후자의 모습으로 보여지며 이 지점에서 그들과의 어떠한 벽이 생겨나는 것이다.


나는 친구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게 정말 무화과이고 아보카도이고 마라탕이라면 상관없다. 아니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시대가 소개해 주는 어떤 것들을 접하면서 본인의 취향을 찾아가는 것도 상관없다. 하지만 저런 것들을 좋아하며 유행을 선도하는 MZ세대가 힙(hip)하다는 논조에는 도저히 동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에게는 남대문 김밥집에서 30년 동안 김밥을 써는 아주머니가 더 힙하다. 학교 안 구둣방에서 구두 수선 설명을 듣는 와중에 전화를 받는 학생에게 기분이 상한 40년 내공의 아저씨가 힙스터다.


나에게 힙이란, 그 누구도 감히 시도해 볼 수 조차 없는 의지와 능력, 그걸 감당한 인생에서 나오는 아우라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이 더욱더 농익을수록 사람들을 강렬하게 끌어당기는 것이다. 팬시한 레스토랑들은 금방 없어지고 오래된 노포들이 더욱 주목받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좋아하는 무화과를 사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불편해졌다. 내가 무화과를 좋아하는 진심이 오히려 유행이라는 껍질로 포장되어 버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생각 자체가 자기만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줄 아는 독고다이 꼰대 마인드 아니냐고?


뭐.. 그럴지도.


(나는 MZ세대도 뭣도 아닌 B(나)세대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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