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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예샘 Sep 22. 2024

엄마는 집에 안가고 싶어



일정량의 햇빛을 쬐면서 바깥놀이를 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에 아주 좋다고 한다. 하원 후 아이들을 데리고 한두시간 가량 놀이터에서 놀게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가 하자는 대로 잘 따라 왔는데, 좀 더 자란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해졌다. 놀이터를 가는 일도 아이들의 동의를 구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아이들은 유모차에 앉아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던 시기를 지나 각자의 자전거를 타고 속도와 방향을 스스로 조절했다. 이제는 가고 싶은 길도 가기 싫은 길도 의사표현을 분명히 한다. "엄마 난 이쪽으로 갈게. 엄마는 거기로 돌아와. 우리 만나자." 야무지게 얘기하는 아이를 보며 녀석이 많이 컸다는 것을 실감한다. 

무더위에 취약한 우리는 여름내내 칩거생활을 했다. 하원 후 곧장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로는 집만한 곳이 없었다. 이제 가을의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추석이 가까이 다가왔다. 오랜 집콕육아를 청산하고 날 좋은 것을 핑계삼아 아이들을 놀이터로 유인하는 중인데 녀석들이 도통 말을 듣지 않는다. 단호한 어조로 "엄마 집에 가서 블럭 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설득하는 것에 매일 실패한다. 이 좋은 가을날, 익어가는 계절의 내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어째서 녀석들은 자꾸만 집으로 회귀하는 것인가. 놀이터근력 키우기 과제를 부여받은 기분이다. 녀석들이 강경해서 어떤 회유책을 쓸지 아직 계획이 서질 않는다. 더군다나 몇달째 와플블럭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너희를 무엇으로 꿰어내어 바깥에서 뛰놀게 할 것인가. 

나는 하루종일 집에 있어서 밖에 나가고 싶다고 진정성을 다해 말한다면 너희가 엄마의 말에 귀기울여 줄까? 사실 날이 좋아서 밖에 나가 놀고 싶은 건 나다. 너희들은 놀이터에서 뛰어 놀고 나는 벤치에 앉아 가을을 느끼며 글을 쓰는, 그런 아름다운 날은 언제쯤 올까. 다 지나가는 순간이라고 여기며 언젠가 너희도 지겹도록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고 제발 집에 들어오라고 되려 잔소리를 할 날이 오겠지. 하지만 얘들아, 오늘 당장, 구름이 너무 예쁘고 바람이 좋단다. 엄마는 이 순간이 지나가는게 너무 아쉬워서 자꾸만 너희랑 실랑이를 하게 되. 오늘은 엄마가 맛있는거 사줄게, 제발 밖에서 놀다가 들어가지 않을래? 제발,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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