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크리스마스이브다.
어찌 보면 내가 하는 일은 연말이 대목이다.
여행자들이 많다. 크리스마스엔 대부분 연인들이다.
때르릉~ 전화벨이 울리고 파스타 해 먹으려는데 포크를 빌려줄 수 있냐고 묻는다.
없다고 말해도 되련만 굳이 찾아주겠노라 말한다.
띵동~ 아주 예쁜 커플이다.
남친이 요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
도마 위에 마늘이 주욱 늘어선걸 보니
알리오 올리오를 만드려나보다.
스테이크를 하려는지 나이프도 있으면 빌려 달란다.
싸구려 포크와 나이프를 찾아줘도 되련만 굳이 큐티폴 커트러리를 파스타 수저까지 세트로 내어준다.
예쁘다.
그냥 예쁘다.
무조건 예쁘다.
그 나이가 예쁘다.
사랑이 예쁘다.
요리를 해주겠다는 마음이 예쁘다.
차에 시동을 거는데 어째 불안하다.
워낙 운행을 안 해서 배터리가 간당간당이다.
이 도시는 아주 작다. 내가 하는 일은 단조롭다. 기껏해야 반경 몇 킬로를 못 벗어나고 하루에 5분 10분 그렇게 운행을 하니
키로 수에 비해 배터리는 빨리 닳는다.
집에 들어가려다 호수 쪽으로 차를 돌린다.
30분은 운행을 해줘야 충전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날이 추우니 내일 아침이 걱정되어 배터리에도 밥을 주기로 한다.
밤 드라이브를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여느 밤과 다를 게 없다.
춥다.
그런데 상쾌하다.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런데 차분한 느낌이 좋다.
늙었다.
그런데 그냥 그렇구나 싶다.
코코와 보내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
그냥 그런 크리스마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