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고 상상만 하던 그곳, 실리콘 밸리에 드디어 내 첫 발을 내딛었다. 내 나이 아직 만으로 스물여섯. 기대보다는 솔직히 긴장감이 훨씬 컸던 것 같다.
내 긴장감의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운전'. 미국에선 운전을 못 하면 생활 자체가 안 된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었다. 수능 끝나자마자 바로 땄던 운전면허증 하나 믿고 매일 운전할 수 있을까? 미국에 오기 전, 엄마한테 차를 빌려 회사 기숙사까지 매일 운전 연습을 했다. 처음엔 엄마가 옆에 앉아서 연수 선생님처럼 도와줬는데, 나중엔 혼자서도 척척 해낼 수 있게 되었지. 회사가 경기도에서도 외곽이라 차도 많이 막히지 않았고, 종종 시골길을 운전할 때도 있었는데, 과연 미국의 뻥 뚫린 도로들과는 얼마나 다를까? 그 생각에 내심 긴장됐다.
엄마는 아직 어렸던 스물여섯 딸내미를 위해 미국 주재원 생활 시작 한 달은 같이 지내주기로 했다. 엄마와 함께였기에 내 두려움과 긴장감은 조금이나마 극복이 되는 기분이었다.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맨땅에 헤딩했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봤지만, 낯선 곳에 적응하는 것보다도 나를 믿어준 회사에 보답하고, 일을 잘해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무게감이 두 번째 두려움의 이유였던 것 같다.
다행히 바통 터치를 해줄 전임자 선배님은 부인과 함께 와 계셨는데, 사모님이 요리도 너무 잘하시고 성격도 좋아서 엄마랑 나를 엄청 반갑게 맞아주셨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바로 그 주말, 사무실은 둘러보지도 않고 선배님 내외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근교를 여행하고 유명한 나파밸리에도 다녀왔다. 그런데 너무 긴장해서였을까? 샌프란시스코가 얼마나 멋있었는지, 나파밸리 와인의 맛이 어땠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첫 주가 휙 지나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