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아주 열받아"
아내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신혼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화가 나 이글거리는 눈빛에 저는 움츠러들다 못해 바짝 쫄아서 와이프 눈치만 살살 봅니다.
19년에 결혼한 저희는 신혼여행지로 아프리카의 천국이라 불리는 모리셔스를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설레는 신혼여행 출발 당일.
긴장이 풀린 저는 인천 공항 라운지에서 컵라면을 하나 먹게 됩니다.
“어우 맛있어~ 역시 이 맛이지!”
후루룩 넘어가는 면발에, 살짝 매콤한 신라면은 그날따라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모리셔스에 도착한 저희는 꿈만 같은 곳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떠있었는데,
갑자기 제 뱃속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꾸룩’
‘어라?’
좋지 않은 신호라는 것을 느꼈지만
'아~ 괜찮아지겠지 뭐'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습니다.
모리셔스가 천국의 섬인 이유가 있더라고요. 가는 곳마다 음식은 환상적이었습니다.
방금 전 결심과 다르게 저는 모든 이성의 끈을 놓아 버립니다.
이 황홀한 음식들 앞에서... 눈과 입이 모두 행복한 이 일류 요리들 앞에서 어떻게 정신줄을 놓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그렇게 제 뱃속 전쟁은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합니다.
눈치 만렙인 아내는 어느 순간 제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캐치했습니다.
화장실 가는 빈도가 점점 늘어가기 시작했던 것이죠.
그래도 최대한 티를 안 내려했던 저는 이런저런 말로 아내를 안심시키려 했습니다.
“괜찮아! 지사제 먹고 있으니까 괜찮아! 곧 멈출 거야~!!”
하지만 눈치 없는 장은 점점 예민해졌고, 화장실에는 더 자주 가게 됩니다.
먹고 화장실 가고, 마시고 화장실 가고… 그렇게 상황은 점점 악화되다가 신혼여행 마지막 날 절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마지막날은 리조트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로맨틱 디너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아껴두었던 예쁜 옷을 꺼내고 신나게 화장을 마친 아내는 하얗게 질린 저를 보고 말았습니다.
이미 한계를 넘어섰던 지라 더 이상 표정관리도 안되고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간 제 모습을요….
휴화산이 폭발하듯 아내는 마침내 터지고야 맙니다
“신혼여행까지 와서 이게 무스으으으느 짓이야!!!!!”
스무 시간 넘게 날아와서 음식 조절도 못하고 신혼여행을 망친 남편을 보고 아내의 분노와 서운함이 터져버렸습니다.
결국 그날 저녁에 남은 사진은 무표정의 아내의 독사진만 남았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그때를 생각하면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머리를 쥐어뜯습니다.
그리고 장난스레 망친 신혼여행은 어떻게 보상할 거냐며 제 멱살을 잡습니다.
물론 이글거리는 눈빛은 장난이 아니라 매우 진지해서 저는 또 쫄보가 됩니다^^;;;
신혼여행을 갔다 온 아내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여 몇 가지 결심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