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남편은 이제 엄마와 아빠로

18개월 아기와 베트남 나트랑 여행

by 두부두애

발음을 잘못하면 욕처럼 들린다는 18개월, 우리는 18개월이 된 하민이와 함께 베트남 나트랑을 다녀왔다.

사실 이 여행은 1년 전에 예약해 둔 일정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18개월이 된 아이가 얼마나 활발하고, 활동적이며, 어마무시하게 에너지를 발산하는 존재인지. 아무것도 모른 체 발걸음을 나선 우리, 하민이와 나트랑이라니. 긴장 반, 설렘 반이었다.

우선 여행의 시작부터 우리는 예전과 달랐다. 아내는 원래 여행을 가면 입을 예쁜 옷들을 먼저 챙기던 사람이었다. 어떤 원피스를 입을지, 어떤 사진을 남길지 고민하던 사람.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하민이가 이 옷 입으면 예쁘겠지?”
“이건 하민이가 더울까? 불편할까?”
어떻게 해야 하민이가 편하게 다닐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한다.


그렇게 짐을 싸다 보면, 이상하게 엄마의 옷은 보이지 않는다. 캐리어는 온통 하민이 옷과 짐으로 가득하다.
넓은 집에서도 고작 안방만 쓰고 있는 우리가, 캐리어마저 하민이에게 내어주다니.
웃기면서도 왠지 모르게 뭉클한 장면. 아내와 남편은 그렇게 조금씩 엄마와 아빠가 되어간다.

여행 일정도 모두 하민이 위주였다.
호텔도, 이동 동선도, 식사 시간도. 방 컨디션 역시 하민이 기준. 아기 침구가 썩 적합하지 않을 걸 대비해 미리 챙겨간 장비들, 그리고 호텔에서 지원받은 물품들까지 총동원해 하민이가 좋아할 만한 잠자리를 만들었다. 하민이가 낯선 곳에서도 아늑하게 잘 수 있도록. 캐리어는 이미 포화 상태인데, 거기에 자동차 장난감까지 그득그득. 우리의 여행은 정말 180도 바뀌었다.


그리고 시작된 비행기 탑승
나트랑 노선 특성상 밤비행기가 많다.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서의 잠은 어른에게도 힘든데, 18개월 아이에게는 오죽했을까. 그런데 우리 하민이, 전설의 18개월답지 않게 5시간 비행 중 3시간 넘게 자주었다. 나머지 1~2시간은 평소라면 절대 보여주지 않았을 영상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버텼다.

물론… 5시간 내내 하민이를 안고 있었던 아내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불편한 이코노미석에서 아이를 안고, 혹시라도 울음으로 주변 승객분들께 피해를 줄까 봐 연신 달래고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곁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던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미안했다. 정말 고생 많았어.


그렇게 도착한 베트남은, 말 그대로 파라다이스였다. 따뜻한 공기, 여유로운 풍경, 그리고 하민이의 웃음.

그 이야기는 다음 브런치 글에서 더 자세히 풀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비즈니스석을 끊어보았다. 난생처음 타보는 비즈니스석.

넓은 좌석에 아이를 눕히고, 그 옆에서 아내도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던 그 시간.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쪽잠이었지만, 충분히 행복했다.

우리 하민이는 좋겠다. 아빠는 30년 만에 처음 타본 비즈니스석을, 너는 18개월 만에 타보네.
엄마 아빠가 너 비즈니스석 한 번 태워보겠다고 얼마나 애쓰며 티켓팅 했는지 알아?


…근데 사실 하민아, 엄마 아빠도 네 핑계로 한번 편한 거 타보고 싶었던 거야. 우하하.

그래도 괜찮다. 우리 하민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어디든 좋다.

남편으로 살지 않고, 아빠로 살아도 괜찮다.

하민이가 나를 보고 웃어주는 그 순간, 나는 다 녹아내리니까.

하민아, 오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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