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나이(생일 기준)로 18살, 19살인 푸돌이와 방구. 사람 나이로 따지면 120살이 넘어가는 이 어르신들과 같이 생활하며 필요한 물품들을 조금 정리해봤다.단 여기서의 노견은 15살 이상의 초고령 노견으로 15세 이하 노견에게 불필요한 물품일 수도 있다. 우리가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만 생각해주시면 되겠다.
[홈 캠 : 반려견용 CCTV]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장비다. 사실 반려견용 CCTV는 굳이 노견이 아니어도 설치하면 유용할 적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아이템을 노견용으로 추천하는 것은 보호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 이 아이들이 혹시 다리가 풀려 어디 구석진 곳에 자빠져서 울고 있진 않은지, 불안 증세를 보이는 방구가 계속 걷는지 언제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 CCTV로 값비싼 제품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비교적 저렴한 CCTV를 구매했다. 아무래도 영상기기다 보니 해킹 등의 보안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별도 서버는 가입하지 않았으며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만 가능한 것으로 구매했다. 기능으로는 마이크, 동선 감지 기능도 있다는데 사실 우리는 그런 다양한 기능을 쓰진 않는다. 순수하게 이 아이들을 관찰하려는 의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얼마나 쓰겠냐 싶었던 이 CCTV는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한 앱이 있어 생각보다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강아지들이 낮잠을 자는지 아니면 어떤 상태인지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어두울 때는 야간 모드로 자동 전환이 돼 어둠 속에서도 이 아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펭귄 모양의 귀여운 홈캠으로 샀다
이렇게 화면에 날짜와 시간이 같이 나오고 밤에는 야간 모드로 자동 전환된다. 그 와중에 푸돌이 눈이 빛나고 있다.
[논슬립 바닥 매트 / 논슬립 배변 매트&패드]
물기가 가득한 수영장에 맨발로 다닌다고 상상해보라. 그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지 않으려 얼마나 발과 마디마디에 힘을 주고 걸어야 할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이다. 반려견의 상황 역시 이와 비슷한데 생활공간의 바닥이 미끄러운 재질일 경우 이 친구들은 늘 다리에 힘을 주고 힘겹게 걸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거실 장판은 건강한 성견도 걷기 쉽지 않은 소재로 된 것이 많아, 노견이 아니더라도 접지력이 있는 매트를 바닥에 깔아놓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하물며 관절이 약한 노견이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경우는 얼마나 힘들까. 방구와 푸돌이로 대표되는 초고령 노견들은 경우 조금이라도 미끄러우면 잘 서있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두 아이들을 우리 신혼집으로 데리고 와, 바닥에 내려놓자 네 발이 사방팔방으로 찢어지듯 미끄러지며 한 발자국도 못 디디는 아니 아예 서있기도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란적이 있다. 급한 대로 이불을 깔고 다음날 새벽 배송이 가능한 아기용 매트를 구매했지만, 약할 대로 약해진 노견 친구들의 관절을 보호하기에는 이것도 역부족이었다. 조금 더 천천히 살펴보다, 반려견에 특화된 미끄럼 방지 매트를 찾았고 아이들의 동선에 맞게 설치해보았다.
유레카! 잘 서있지도 못했던 이 할배 친구들이 방방 뛰기도 한다!!!
뛰어다니는 푸돌이, 뛰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을 수 없어 동영상으로 녹화했다.
가격 면에서 일반매트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확실히 논슬립 매트가 있으니 이 털뭉치들이 걷는 모습 자체가 아예 다르다. 노견이 아니더라도 관절이 약한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무조건 추천한다. 아내가 쌍따봉을 날린다.
더불어 초고령 노견들의 배변 공간에도 미끄럼 방지가 필요한데 우리는 비교적 사이즈가 큰 논슬립 배변 매트를 크게 깔고 그 위에 작은 크기의 논슬립 패드를 덮었다.
바닥에 보이는 것이 접지력이 아주 뛰어난 반려견용 논슬립 매트다
온몸이 쇠약해진 이 할배들이 배변을 보기 전 패드 위에서 뱅뱅 돌거나 볼 일을 보며 크게 힘을 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젊은 시절과 달리 나이가 드니 배변활동도 어려워진 모양이다.
처음에는 배변패드에까지 굳이 논슬립 기능이 있는 제품을 써야 하나 싶어 의아했는데, 19살 노견 방구의 모습을 보니 필요성이 확 와 닿았다. 응아를 하기 위해 힘을 '빡!' 주는 순간 다리가 풀려버리며 나오던 응아가 쏙 들어갔다. 응아를 힘겹게 마치더라도 털썩 주저앉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어설 힘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미끄러운 패드 위에서 빙빙 돌거나 힘을 무리하게 주다가는 약한 관절과 다리들이 언제 망가질지 몰라 다칠 수 있는 모든 환경을 바꿔주었다. 이젠 방구가 다리에 힘을 주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볼 일을 잘 본다. 잘하고 있나 싶어서 소파 위에 앉아 멀찍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방구와 눈이 마주쳤다. 방구가 째려보는 듯하다. 어르신 볼 일 보는데 내가 감히 훔쳐보는 꼴이 되었다. "아~ 죄송합니다~ 어르신~ 볼 일 보시는데 실례했습니다~"
[쿠션 가드, 모서리 가드 또는 펜스]
우리가 이 노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집안 곳곳에 가장 먼저 설치했던 것은 바로 펜스다. 특히 백내장이 있는 이 아이들의 눈 상태를 고려해 흰색 벽지와 색이 다른 회색 빛깔의 펜스를 여러 개 구매해 털뭉치들의 생활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노견들, 특히 방구가 펜스에 머리를 '콩'하고 부딪치는 일이 종종 생겼다. 펜스에 그냥 부딪치기만 하면 다행인데 부딪치면서 다리의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넘어지면서 몸으로 펜스를 밀어 턱이 있는 신발장으로 넘어지는 일이 생겨, 아내가 무척 놀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대안으로 찾은 것이 쿠션 가드와 모서리 가드였다. 신생아 전용으로 부딪쳐도 다치지 않는 세로로 길쭉한 쿠션을 여러 개 깔아놓았다. 더불어 선반, 탁자 등 높이가 낮은 가구의 모서리 부분에는 모두 모서리 가드를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시켜놓아 위험 요소를 제거했다. 기존에 배치해놓았던 펜스는 굳이 버리지 않고, 혹여 쿠션 가드에 부딪쳐 넘어지더라도 무게에 쿠션이 밀리지 않도록 쿠션 뒤에 펜스를 설치해두었다.
노견 물품과 신생아 물품이 비슷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모든 물품은 나중에 우리 부부의 아이가 태어나도 똑같이 쓸 수 있지 않을까? 방구와 푸돌이가 썼던 애용품이라 소개하면서!
사방을 쿠션 가드로 배치해놓았고 쿠션 가드가 밀리지 않도록 펜스도 뒤쪽 부분에 설치했다.
[관절 보호대] / [개모차]
반려견의 관절 건강을 위해 관절보호대나 개모차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우리는 방구에게 관절보호대는 썼지만 개모차는 별도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먼저 관절 보호대는 사람으로 따지면 부목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서 잘 서있지 못하거나 걸으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자꾸 넘어지는 노견들에게 유용하다. 성치 않은 다리로 계속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 보호자로서 정말 마음이 찢어진다. 얘네들도 아직 힘이 있으니 비틀거리면서도 열심히 걷고 있지만, 이렇게 무리하며 매일 걷다간 나중엔 다리를 못쓰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주치의 선생님이 다리 보호대를 추천해주었다.
다만 이 보호대라는 것 역시 일정 기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호대를 차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익숙해지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처음에는 한 발자국도 못 디디던 방구는 이제 보호대를 착용하고도 자연스럽게 걸어 다닌다. 원래 양쪽 다리용으로 구매했던 보호대이지만, 아이의 상태를 보며 지금은 왼쪽 다리에만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개모차는 반려견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원래 산책을 굉장히 좋아했던 얘들은 개모차가 필수라고 한다. 노즈 워킹 등 산책 다니며 스트레스를 풀던 아이들이 무릎이 안 좋아서 걷지 못하게 되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또 없을 테니 말이다.
푸구가 이 개모차를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아내의 품이 좋아서. 아내의 품에 안겨서 가는 것이 본인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마음편하게 외출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개모차를 안 샀다. 역시 푸구... 역시 개호구 아내...
관절보호대를 하고 걸어 다니다가 지쳤는지 뻗어버린 방구
[자동 습식 기계]
고정적인 시간에 약이나 보조제를 먹어야 하는 아이가 있다면 적합한 제품이다.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우거나 사람이 깜박 놓칠 수 있는 것도 제 시간이 되면 '위이이잉'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급식해준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저절로 움직여 사료가 나오는 자동 급식 기계를 아이들도 놀잇감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 약을 먹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게끔 유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또한 방구가 희한하게 밥을 먹으면 무리하게 걷던 걸음을 멈추고 나른한지 털썩 주저앉아 잠을 잔다. 홈캠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으면 참 귀여울 때가 많다. 한창 돌아다니고 있던 방구가 갑작스러운 '지이이잉' 소리에 새로 나온 밥을 우걱우걱 먹더니 자리로 돌아가 털썩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픽'하고 잠이 든다. 그 모습이 참 귀엽고 신기했다.
시중에 많이 판매하고 있는 자동급식기는 사료만 가능하지만 잘 찾아보면 자동습식기도 판매하고 있다. 하루에 4번 시간 설정이 가능하기에, 우리는 보조제, 간식사료, 보조제, 간식사료 이런 식으로 배치하여 급여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자동 습식 기계다. 총 5개의 칸이 있는데 타이머의 시간이 되면 원반이 돌아가면서 다음 칸으로 움직인다.
[영양제]
아내의 말에 의하면 푸돌이와 방구는 8세 이후부터 여러 영양제를 먹였다고 한다. 아내는 본인 영양제는 잘 사지도 먹지도 않으면서 요놈들 영양제는 매번 직구로 구매했었다고 한다.
아내의 추측에 의하면 푸돌이와 방구가 이렇게 오랫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어렸을 적부터 먹였던 영양제의 효과가 큰 것 같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각종 질환으로 인해 더 많은 영양제와 보조제를 먹이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이 아이들이 15세를 넘어갈 때까지 큰 탈 없이 건강했던 것은 영양제가 아주 큰 역할을 했던 것 아닐까 싶다.
현재 푸구는 기존에 먹던 영양제(엑티베이트, 사이노퀸) 외에, 신장이 좋지 않은 푸돌이에게 레날어드벤스드와 추가 신장 보조제를,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간 기능이 저하되는 방구에게 세밀린과 해파카디오를 먹이고 있다. 어르신 뫼시기 참 쉽지 않다. 나는 이 영양제들 이름을 들을 때마다 아직도 익숙지가 않다. "뭐..? 뭐??? 레날 뭐시기?"
[턱이 낮은 집]
조금의 턱이라도 노견들에게는 큰 장애물로 느껴질 수 있다. 넘을 수 없는 벽의 형태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높이가 있는 반려견 침대 턱의 경우도 노견의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턱이 낮은 집 또는 그런 턱조차 없는 평평한 집을 추천한다.
푸돌이와 방구는 원래 각자 전용 침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올해 급격히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아주 낮은 강아지 침대 턱도 관절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사람이 보기에는 엄지 손가락 정도의 아주 낮은 턱이지만 이 작은 아이들에게는 아주 높은 계단 한 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지금은 침대 안에 있던 메모리폼을 빼 이 아이들의 이불속에 깔아놓아 턱이 없는 편안한 집에서 불편함 없이 생활중이다.
[적금]
100살이 넘은 노인네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거의 없듯이 노견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되도록 나이가 어릴 때 반려견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좋은데, 아내의 말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반려견 보험 제도가 그렇게 발달되어 있지 않아 실제 노견이 보장받을 수 있는 항목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차라리 적금을 부어두길 추천한다. 병원비와 진료비, 의료보험이 되지 않는 반려견의 치료비는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할 때부터 형편에 맞는 금액으로 적금을 부어두기를 추천한다. 이렇게 티끌 모아 태산이 된 적금은 긴급상황에 금전적인 부담과 심리적 부담을 모두 덜어줄 수 있다. 반려견이 아파 치료해주고 싶지만 거액의 치료비로 망설여지는 보호자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 진짜 수술 비용이 큰데 형편이 안되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
그래서 적금이 필요하다. 물론 그 큰 금액을 다 모으기는 힘들지라도 조금씩이라도 적금을 부어놓는 것이 나중에 겪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사실이다. 돈 때문에 이 아이를 포기하게 되는 것만큼 마음이 찢어지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 노견 두 마리와 같이 병원을 수시로 다녀보니 돈이 많이 든다. 솔직히 지이이인짜 많이 드는 것 같다. 다행히 처가댁에서 도와주고 다른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부담해서 괜찮지, 그렇지 않았으면 가계경제에 분명 타격을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을 포기할 수도 없지 않은가? 참...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닌 게 실감 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