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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두애 Aug 29. 2021

드라마 D.P의 세 가지 포인트

악의 평범성, 하이퍼 리얼리즘, 구교환(+정해인)

오랜만에 하는 영화 리뷰.

최근 개봉한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D.P (디피)


꽤나 다크한 영화라 보는 내내 사실 마음이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그만 볼까도 싶었지만,

이 영화가 주는 묵직한 메시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의 킬 포인트 세 가지는

악의 평범성, 하이퍼 리얼리즘, 배우 구교환(+정해인)


(아래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악의 평범성'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담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 나오는 표현으로서,


흔히 '악'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성질이 포악한 독재자 또는 사이코패스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악'은 우리 곁에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 당시, 사람들은 그가 죄책감이나 회의감, 또는 정반대로 나치에 대한 강함 신념을 갖고 있었으리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아무 의식이나 생각 없이 명령대로 행동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유태인 학살을 '당당히' 얘기하는 그의 모습. 그는 뿔이 달린 악마도 아니었고 사이코패스도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얼굴로 악을 자행했던 것이다.


악은 이토록 평범하다.

드라마 D.P에서 나오는 가해자 고참들도 아돌프 아이히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군대에선 그래도 되는 줄 알았어. 계급이 낮을 땐 그냥 맞았고, 이제 나도 짬이 좀 찼으니 그냥 때려도 되고, 나 때는 훨씬 심했고 너 정도면 약과야, 나만 죄인이냐, 더 못된 애들 많았잖아, 그냥 그게 군대야"


사복을 입혀놓으면, 계급장을 떼고 나면

악덕 편의점주에게 혼나서 뒤에서 불평불만이나 털어놓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인물들이

어째서 저렇게 악하게 변했던 것일까


평범하던 이들이 비합리적으로, 비상식적으로 운영되는 부대에서

'악의 평범성'에 스며드는 이 포인트를 드라마는 핵심 골자로 잡았다.


2. 하이퍼 리얼리즘

많은 남성 시청자들에게 PTSD를 상기시켜주는 드라마


그만큼 고증이 잘 되어있는 작품인데,

폭력이 일상화된 내무반의 현실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이게 한국군의 현실이라니,

나라를 지키러 왔지만 본인을 지켜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

참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


이 드라마가 그냥 현실 같은 꿈을 애기한 것이라고,

쌍팔년도 군대 시절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이들이 있다면

2014년도에 일어난 윤 일병 사건과 임 병장 사건 관련 나무 위키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아마 드라마 D.P는 두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영화를 풀어나간 것으로 추측된다.


3. 배우 구교환 (+정해인)

정해인의 군인 연기라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사실 진짜 눈에 들어온 건 배우 구교환 씨이다.

워낙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사랑받기 좋은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배우가 너무 찰떡이었다.


정의, 올바른 것, 최소한의 양심, 인간성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과 그 반대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충돌 속에서

구교환은 중간중간 웃음을 선사해주며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구교환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 드라마를 끝까지 못 봤을 것 같다.



그래서 '배우 구교환'에 플러스로 정해인 씨를 넣었다.

정해인 씨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정해인이라는 캐릭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구교환이 필수적이다.

구교환 씨는 아마 이 작품을 통해 대세 배우로 확실히 자리 잡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

다들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왼쪽으로 움직이는 정해인.

그런 그가 모니터를 향해 빤히 쳐다본다.

'당신도 방관자인가요?'라고 물어보는 것 마냥


문득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씨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난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D.P 보다는 웹툰 원작 <D.P 개의 날>이 더 내 감성에 잘 맞았는데,

웹툰 원작이 보다 더 D.P라는 군탈 체포조의 역할에 집중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아마 드라마는 극적인 요소를 위해 5~6화부터는 풀악셀을 밟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져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지긴 했던 것 같다.


참고로 D.P 개의 날의 작가 '김보통' 씨 카카오 TV에서 상영했던 '아만자'의 그 작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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