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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Apr 29. 2018

기꺼이 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만족을 모르는, 열린 마음을 가지기.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나는 굉장히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데 머리가 굳고 멍청해진 느낌. 이러다간 "이건 아닌데, 아닌데, 어어··"하다 생을 마감할 것 같다.


이건 단순히 삶의 큰 업적을 이루고 싶다거나, 성취를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아니다. 시대가 복잡해지고 자극은 넘쳐나는데 정작 그에 대한 기민함이나 호기심이 무뎌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런 나를 발견하곤 흠칫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문득 돌아보면 한껏 무딘 사람이 된 나를 발견한다



더 빠르고,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마주하고 우리는 종종 포기한다.


지리를 알려면 지도의 등고선부터 읽을 줄 알아야 했고, 그걸 완벽하게 인지한 후에야 등산화를 신고 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등고선을 읽는 순간에 산이 내려앉아 강이 되기도 하고, 심해 속 평원이 갑자기 솟아오르기도 한다. 더이상 '교육'으로 따라잡거나 예측할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무력해진다. 그리곤 그 좌절감을 회피하기 위해 호기심도 외면한다.



 나인이란 책은 제발 '그런 것'에 좌절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런 것이란 '성공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해' 라는 생각, '정확한 예측으로 리스크를 줄인다'는 생각, '선택과 집중이 성공을 이끈다'는 생각 등이다.


사실 주변을 돌아보면 획기적인 기술이 있어도 성공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며, 리스크를 줄인다고 수익이 늘거나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택과 집중은 시스템이 아닌  대상(object)에 매몰되게 만든다. 다니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무조건 5시 퇴근하게 컴퓨터 전원을 꺼버린 뒤, 암묵적으로는 집에서 재택근무하는 분위기가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구글의 자율주행차에서 자동차 자체는 대상에 불과하고, 그 자동차를 운행하는 인공지능이 시스템이다.


대상보다 시스템을 우선한다는 것은, 책임감 있는 혁신에는 속도나 효율성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함을 인식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생각이 미치게 될 전반적 영향에 끊임없이 주목하는 것이고, 사람과 지역 사회 , 환경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럼 대체 어쩌라는 건가?



어차피 우리는 즐겁게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을 이해한 채로 살기 힘들고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니 불확실성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자는게 이 책의 핵심이다


'이게 나한테 무얼 해 줄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라는 측면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그나마의 혁신(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발전'정도)도 개인의 의문이나 기업의 이익에 따라 추진될 수밖에 없다. 


대상에만 갇혀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착각한 것이겠지만)하는 것 보다, 시스템(나를 제외한 모든 세계,사회 등)과 함께 고려하며 전혀 관계없는 것들과 연계하여 생각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


설사 기존에 통했던 것이 맞지 않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무심코 넘겼던 것을 점검하고 '적응'하면 된다. 물론 적응에는 맷집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발전 앞에서, 암묵적 실업자가 되어가는 현실에 충격받지 않기는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다소 지나치게 낙관적인 관점으로 서술한 부분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기술을 만든 사람도 그 기술의 잠재력을 알지 못하고, 안다 하여도 우리가 그 장본인이 아닌 다음에야 '충격파'는 모두가 반드시 받게 되어있다.


 E.B.화이트가 만족을 모르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묘사한 표현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기꺼이 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불확실성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결국 이렇다. 불확실해도, 당장 눈 앞의 개연성/이득이 없어도 하고자 하는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에게는 적어도 두려움이란 게 느껴지지 않는다. 좀 더 쿨하게, 실패는 초연히, 운이라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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